당신은 태양으로, 녹색으로 리셋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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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태양으로, 녹색으로 리셋 할 수 있나요?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6.11.29 10:52
  • 호수 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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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기획-글로컬 브랜드 발굴·활용(4)

<글 싣는 순서> 

1. 글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온 원동력은 `지역민`
2.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태리 토리노·스위스 루가노)
3. 음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슬로푸드협회와 미식과학대)
4. 모든 것을 리셋 할 용기 (그린시티 프라이부르크)
5. 우리가 사랑한 힐링-남해 


자동차가 버젓이 있는데 자동차는 두고 사람만 들어와야 한다. 이런 상황을 마주칠 때의 당신의 선택은? 
국내외 총 8개 도시를 다녀온 10개社 공동취재팀,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이런 질문을 안겨준 독일 남서부의 녹색도시, 프라이부르크였다. 

사실 프라이부르크의 첫 인상은 녹색보다 태양에 가까웠다. 맛의 도시, 음식의 도시"EAT-ITALY"(잇탈리)라 불릴 정도인 이태리와 품격이 느껴지는 단정한 가게들이 즐비한 스위스를 지나 독일 프라이부르크를 왔을 때 비로소 첫 태양을 마주할 수 있었다. 회색빛 구름이 아닌 햇살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남쪽의 태양. 프라이부르크를 떠올렸을 때 가장 강하게 남는 게 바로 이 태양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태양이야말로 글로컬(glocal)인가? 스스로 우스개로 자문하면서 시종일관 저 태양을 쫓아 중세의 흔적 속을 걸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젊은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1986년부터 교통, 에너지, 폐기물 등에 환경 정책을 철저히 시행해 환경도시로 탈바꿈했다. 또 지리적으로는 도시의 43%가 삼림지대인 검은 숲(黑林)으로 도시 자체가 쾌적한 이곳은 지금 지구촌 각지에서 `친환경`을 배우러 오는 세계인의 학교이자, 독일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순위가 되었다. 프랑스와 스위스 접경지역인 여기 인구는 총 22만명이며 독일에서 5번째로 오래된 프라이부르크 대학 덕분에 `녹색도시` 외에도 대학생들이 많은 `젊은 도시`, 도시전역의 420㎢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자전거 주차`가 일상적인 도시다.

이곳의 친환경정책 중 가장 기본은 구시가는 자동차 통행을 전면 금지시키고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한 것이다. 구도심 안에서는 자전거와 트램, 로컬버스로만 움직이게끔 되어있고 만일 자동차를 들여와 주차를 했을 시에는 견인과 함께 엄중한 벌금을 내게 되어 있다. 또 대부분의 건물은 자연을 위한 절약 목적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자 태양열 설비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개발을 반대하거나 옛것만 고수하는 도시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프라이부르크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예스런 엔틱(antique)이 느껴지는 1202년에 만들어진 마르틴 문에 붙어있는 맥도날드만 봐도 그러하다. 독일인들은 `가치와 역사`를 내세워 생활의 필요를 저지할 수는 없다고 보는 실용주의자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치와 역사`의 소중함을 알기에 `공존`을 추구해 프라이부르크 시에서는 빨간색 바탕의 노란색 맥도날드 로고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불허했다고 한다. 

反 원자력, 포도나무 살리자는 주민의식이 생태마을 만들어
프라이부르크는 과거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계획했던 도시였으나 독일 건축가 `롤프 디시` 씨가 주민들과 함께 `포도나무 살리기` 운동을 시작으로 정부의 원자력 발전소의 건립계획을 철회시켰다. 이와 함께 시민들의 깊이 있는 고민과 결의가 독일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의 물꼬를 텄다. 이후 프라이부르크에는 태양광이 풍부한 지역의 특성을 살려 남쪽으로 3km지점에 위치한 보봉(Vauban)생태마을이 들어설 수 있었다.

`보봉`은 `리젤필트 단지`와 함께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정책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주요동네다. 트램을 타고 내리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넝쿨 가득한 `그린시티호텔`. 이 넝쿨이 여름에는 열을 낮춰주고 겨울에는 열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또 하나는 `태양`과 `나무`다. 보봉지구 곳곳엔 울창한 나무가 가득하다.

단지 내부엔 자동차 대신 나무와 꽃이 있고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태양열 주차장(Solar Garage)에 쉬고 있다. 보봉은 프라이부르크시가 주택단지 개발을 위해 독일 정부로부터 2천만 유로에 토지를 매입하면서 개발이 시작된 교외 신도시로 현재 5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보봉마을 내 주택들은 태양광설비가 돼 있어 매달 300유로(38만원) 가량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해 이중 50유로(6만원)상당은 가정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250유로(32만원) 상당의 에너지는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반체제 자연찬미파로 인간성의 회복, 자연에의 귀의(歸依)를 주장한 히피들의 주거지와 대표적인 에너지절약형 주택인 `패시브 하우스`와 한데 있는 보봉 지구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다음호에 계속)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interview  베른트 달만 FWTM 대표
"그린시티는 누구나 실천하길 바라는 컨셉"

 

원자력발전소 건립을 막아낸 시민들이 원했던 건 `그린시티`였다. 이에 시는 철저히 시민들의 요구대로 친환경도시만들기에 나섰고 1986년부터는 FWTM을 민간협의체로 두고 본격적인 실현에 나섰다. 대표인 베른트 달만(Bernd Dallmann)씨는 "주민들의 간절한 의지로 `그린시티`가 시작됐기에 주차금지나 높은 벌금 등에 대한 컴플레인은 없다.

오히려 갈수록 매연보다 주차공간 부족문제가 도시의 고민일 것"이라며 "보봉지구 역시 주민들이 정한 도시의 컨셉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친환경, 고효율의 에너지자립 생태마을을 위한 주민들 스스로가 합의한 `불편함`이기에 전혀 불만 없고 사실상 더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살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도시브랜드인 `그린시티`로 인해 매달 150여명이 이곳의 환경정책을 배우고자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므로 그야말로 `세계적인 주제`로 그만큼 이곳 도시는 잘 알려져 있고 이러한 방문율이 그린시티 유지에도 더 도움 된다"며 "사실 많은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컨셉이나 노하우를 뺏기는 걸 두려워하나 우린 반대다. 우리의 컨셉을 뺏어가서 너희들 또한 지역과 상황에 맞게 부디 실천해나가기를 바란다. 아낌없이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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