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에게 새해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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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韓非子)에게 새해 길을 묻다
  • 김재명 | 본지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1.03 10:57
  • 호수 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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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 명
본지 칼럼니스트

아무리 지혜로운 지도자라 하더라도 홀로 일을 이룰 수는 없고,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제 몸 하나도 들어 올릴 수 없다. 결국 강하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여야 한다. 한비자(韓非子)는 지도자가 스스로 지혜롭다고, 스스로 힘이 세다고, 스스로 강하다고 자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반대로 한비자는 다음과 같이 역설하기도 한다. 권력을 지나치게 타인에게 위임하게 되면 지도자로서의 지배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에는 윗사람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하면서 법에 근거한 신상필벌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철저한 술책으로 은밀하게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행에 옮기기에 참 어려운 일이다. 지도자는 너무 자만해서도 안 되고, 너무 너그러워져서도 안 되고, 나만 잘났다고 능력을 드러내서도 안 되며, 맹목적으로 부하에게 충성을 기대해서도 안 되며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이루어 내는 시스템관리자로서의 문제해결을 주관하는 능력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비자는 국가가 망하는 징조 47가지 중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지적한다. 군주가 법에 맞추려고 힘쓰지 않으며, 이론에 치우쳐 실용성을 추구하지 않으며, 실제의 공적을 들여다보지 않고 겉만 치장하기에 급급하고, 고집이 세서 상대와 화합하지 못하고, 오로지 남을 이기기 위하여 바른 간언을 수용할 줄 모르면 그 나라는 망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 한해만큼 세상 시끄러운 적이 없었다. 상상을 초월하여 권력이 `강남아줌마`와 그 일당들에게 유린됨으로 인하여 발생한 국가적 망조가 해를 넘기고도 계속 진행 중이다. 비단 국가만 그러겠는가? 우리 사회 어느 곳이든 크고 작고의 문제이지 조직의 운영체계 속에서는 응당 도출될 수 있는 잠재적 불편으로 도사리고 있다.

해가 바뀌는 이 시점에서 필자가 듣기 좋은 덕담보다는 뼈아프게 한비자의 가르침을 들고 나선 이유는 오늘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 중에서 가장 시급한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란 생각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우리의 작은 공동체라도 지도층이 솔선해서 그렇게 살아가보자.  이맘때쯤이면 자연의 섭리나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되짚어 한해를 반성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봄이 오면 연약하지만 언 땅을 헤집고 새롭게 풀이 돋아나고, 여름의 햇살은 싱그럽게 그들을 키운다. 가을은 바람을 일으켜 형형색색의 화려함을 거두어가고, 겨울은 눈을 내려 스산함을 덮는다. 자연의 순리란 건 참으로 오묘하다. 거스름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내는 것인가를 잘 알면서도 우리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쉽게 잊고 살며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야단법석을 떤다. 
 
어떤 이의 아버지는 전장에서 총탄을 맞고 자신의 몸을 버리고서야 나라를 살렸다. 어떤 이의 어머니는 평생을 바래길 위에서 칼바람 에이며 자식을 키웠다. 당숙은 새벽 소시장에서 수년간을 키웠던 소를 팔아 조카의 학비에 보탰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그들이 누려야할 행복을 짓밟고 선 것임을 기억하자. 내가 아니라 그들로 인하였음에 감사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주변을 끌어안아야 하며, 나눔의 지혜를 아끼지 말자.

특히 권력을 위임받은 선출직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음을 깊이 인식하여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고, 소중하게 다뤄 사회의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최상으로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분이다. 정유년 새해는 진정으로 구태를 벗고 첫눈 새벽길을 새로이 열어가는 첫 발자국을 남기는 심정으로 다 같이 화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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