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창고에서 문화 그려내는 최승용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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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창고에서 문화 그려내는 최승용 기획자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7.01.10 11:24
  • 호수 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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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성 지닌 돌창고에 반해 선택한 귀촌, 돌창고도 살고 나도 살고 싶다"

여기 한 청년이 있다. 삼동면 시문마을 돌창고 옆에서 사는 남자. 1985년생 소띠, 이름은 최승용. 올해 서른 셋의 이 청년은 돌창고 옆에 `애매하우스`라는 공간을 두고 1층은 카페 겸 문화공간으로 2층은 본인의 거주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사실 이 청년을 안 것은 이미 몇 달 전이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몰랐다. 자신보다 훨씬 오래 존재했던 50년 살이 돌창고를 덜컥 구입하고선 그 돌창고에 `문화`라는 촉매제로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는 이 청년에게, 말이다. 그래도 독자들을 위해, 또 다른 청년들을 위해 용기 내 돌창고로 갔다. <편집자 주>
 

<귀촌>

#문화컨텐츠 박사학위 받은 사람이 이 시골엔 왜? ^ 문화기획자 최승용 씨. 그는 하동 사람이다. 하동에서 초중고교를 나왔고 전남대 사범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1년제 기간제 교사를 하다가 건국대 문화컨텐츠학과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가 2016년 6월, 박사과정이 끝나자마자 고향 하동이 아닌 남해로 내려왔다.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돌창고에 반해서였다. 50년 전에 돌로 지어진 저 묵직한 창고. 청년 승용 씨는 돌창고를 보며 생각했다. "저런 시간성을 담고 있지 않은 공간이라면 차별성이 없다". 무조건 갖고 싶었다고 한다. 결혼자금을 미리 당겨 돌창고에 전 재산을 올인하고 그때부터 생판 모르는 남해살이가 시작됐다. 그리고 본인이 끌렸던 문화컨텐츠를 돌창고에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대중들이 문화를 원하는 시대가 왔다 ^ 청년 승용 씨가 역사를 토대로 삼아 문화컨텐츠를 공부한 이유는 하나였다. "세상의 방향이 이제 문화를 원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 그는 그런 본인의 감각을 바탕으로 전통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재생 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왔다. 

그가 돌창고의 역사적 가치에 남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 또한 그 이유기도 하다. 승용 씨는 "문화재적 가치로 돌창고를 봤고 그 공간을 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문화공간으로 다시 살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소망대로 돌창고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첫 시도로 멈춰 있던 돌창고의 지난 날을 닮은 듯 한 기획 전시였던 김정수 작가의 `정지비행`을 열었다. 이후 여러 셀러들과 함께 프리마켓 `돌장`을 열어 돌창고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흐르게 했다. 

다가오는 3월에는 `바다만들기`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그 또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상상은 멈춘다 ^ 촉망받던, 그야말로 교수직까지 도전해볼만했던 전도유망한 청년이 이 시골로, 그것도 돌창고 때문에 와서 살겠다고 하니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고 한다. 그럴수록 승용 씨는 본인의 다짐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서울에서 돌창고 프로젝트와 돌창고를 어떤 공간으로 가꿔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더 치열하게 했었다고. 그런데 생각이 많던 어느 날, 그 지점에서 더 이상 생각이 상상으로 나아가질 못한 채 관념으로만 흐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상의 생각을 멈추고 다음 날, 남해행 버스를 타고 돌창고에 와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그 순간, 돌창고 프로젝트가 이어졌다고 한다.

승용 씨는 "귀촌이나 다른 삶에 대한 고민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뭐든 생각만으론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즉 사람은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더 이상의 상상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제 아무리 좋은 기획을 머릿속에 한다할지라도 그건 관념에 불과할 뿐. 직접 현장에서 돌창고와 부대끼고 주민들과 같이 밥을 먹는 그 사이에 지역문화와 더불어 이웃도 살고 돌창고도 살리는 그런 문화재생이 이뤄진다는 것을 말이다. 승용 씨는 오늘도 불 켜진 돌창고에 이끌려 들어오는 저 이방인들이 반갑다. 이들이야말로 돌창고의 숨결을 이어갈 작은 촛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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