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무상` 매력의 도자기… 꿈 빚기 위해 남해 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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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념무상` 매력의 도자기… 꿈 빚기 위해 남해 온 부부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7.01.17 09:52
  • 호수 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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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남양주-하동 거쳐 궁극엔 도자기공방 이룰 `돌창고` 찾아 따뜻한 남해`에 정착

귀ː촌 歸村 return to one`s home village; return home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으나 잘 가고 있는지 늘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김영호 씨, 그의 소개는 가슴 속에 꿈을 숨긴 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울림을 준다. 그렇다. 우리도 한 때는 꿈이라는 걸 꾼 적 있었다. 하지만 어느 땐지도 모른 채 그 꿈은 자그마한 솜뭉치가 돼 생 어딘가에 굴러다니고 있다.

1974년생 하얀 호랑이를 닮은 김영호 씨, 그런 호랑이 옆에서 차분한 미소로 응원하는 1976년생 이지은 씨. 이 두 사람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 연두와 함께 남해읍 신촌마을에서 현재 3people이라는 이름으로 게스트하우스와 책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 "같은 책만 봐서는 그렇게밖에 못 산다"
동아대 조경학과 캠퍼스 커플이었던 두 사람은 서울에서 식을 올리고 조경회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내 곧 아내 지은 씨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게 안쓰러워 남편 영호 씨 또한 `외조`를 목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도서관 투어를 시작한다.

2003년 6개월 남짓한 시간동안 부부는 서울 곳곳의 도서관을 다니며 함께 도시락을 먹고 책을 먹었다. 남편 영호 씨는 그때만 해도 `자기계발서와 실용서`나 읽는 전형적인 한국직장남자의 표본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한 날, "늘 비슷한 이런 책만 봐서는 이렇게밖에 못 살겠구나"싶어서 눈을 감은 채 매일 10권씩 손에 집히는 대로 책을 잡아 훑어보는 일을 시작했다고. 그 당시 그의 흥미를 끈 주제가 바로 `귀농귀촌`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영호 씨는 귀농귀촌이라는 새로운 주제에 탐미되고 아내 지은 씨는 당당히 공무원에 합격하게 되고, 이들은 본격적인 시골생활을 위해 첫 귀촌지로 `가평군`을 택했다. 생전 도시에서만 살다가 처음 살아본 춥디추운 시골에서의 삶은 그 문화만큼이나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어둠 뒤엔 빛이 있는 법. 이들 부부는 가평에서 처음 `도자기 체험수업`을 접하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 지역주민들에게 가르쳐주는 도자기 강좌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 그렇게 가평에서 `도자기`를 경험했으나 아내 지은 씨는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삶을 위해 공무원 생활을 과감히 접었다.

#완행버스처럼 꿈 찾아
  돌아다닌 부부

부부는 가평에서 `자급자족`을 위해 농사를 두어 번 지었었다. 말도 안 되게 많은 품목을 심었던 게 화근이었을까, 이들은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몸소 느꼈다. 그러나 꼭 농사가 아닐지라도 니어링 부부처럼 시골에서의 삶은 언제나 부부에게 동경처럼 붙어 다녔다. `그래, 우선 땅부터 사자` 그렇게 결심한 부부는 포터에 텐트를 실고 시간 날 때마다 텐트에서 자면서 시골의 땅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렇게 처음 땅을 산 곳은 바로 하동.

전 재산을 털어 땅은 샀으나 집 지을 돈이 없었다. 다시 영호 씨는 서울의 조경회사에서 일을 해야 했고 지은 씨는 남양주에 살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회사들이 가득한 고시텔 건물에 세를 냈는데 다들 저마다의 간판이 있는 걸 보고 영호 씨는 고민하다 `도시고양이생존연구소`간판을 내걸었다.

그저 잠자는 곳이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해 건 이 간판은 이후 하동에서 운영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의 멋진 이름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가평에서부터 품었던 도자기 공방에 대한 꿈을 펼치기엔 몇몇 제약이 있었다. 그러던 찰나 카페를 자주 찾던 남해손님과의 인연으로 남해를 몇 차례 여행하게 된 부부는 그곳에서 `대정 돌창고`에 반하게 됐고 그렇게 남해는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문화휴양지 남해` 젊은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어야
남해에 와서 이들 부부가 먼저 한 건 또 다시 게스트하우스였다. 왜 곧장 도자기공방을 열지 않았느냐 다그치듯 묻는 질문에 영호 씨는 "젊은 미대생이 순수예술을 하다가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 빨리 포기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듯 본인 역시 너무 빨리해서 빨리 포기할까하는 걱정이 컸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적인 문제나 시설, 그리고 마음가짐 등 확실하게 준비가 돼야 한다는 것. 본인의 도자기 선생님께서 항상 강조했던, `먹고 살 길을 마련하고 도자기를 해라`는 조언 때문이었다고. 그렇게 10년을 준비해 오는 여름이면 `대정 돌창고`에 독특한 `도자기공방`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부부가 꼽는 남해의 매력은 따뜻함과 싱싱함이다. 하지만 이들이 귀촌을 했다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도 귀촌을 권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삶의 귀로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들 부부는 "한때 저희도 답을 구하고 싶어 우리가 생각하는 닮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있었다"며 "답은 없었다.

하지만 설령 정답이 있었다한 듯 그게 당시의 우리에게 답이 아님을 깨달았다. 나에게 대입시킬 수 있는 답은 나만이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본 남해의 지금은 `새로운 어떤 게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남해가 또 다른 화개장터가 돼선 안 된다고 말한다. 즉 새로운 무엇, 젊은이들의 새로운 에너지들이 모여 들 때 남해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새들도 자기 집을 짓는데 하물며 사람이 못하랴`, 이런 마음으로 오랜 시간 현실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살 곳을 그려온 부부, 이들이 있어 마을은 한결 더 재미지고 활력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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