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타당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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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타당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1.17 11:09
  • 호수 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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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본지 칼럼니스트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해 혼인율과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산 문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파장을 초래하는 만큼 단순히 인구 감소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년간 출산 정책에 80조 원의 예산을 퍼부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청년들이 결혼을 주저하는 데는 취업난의 영향이 크다. 경제적 자립도가 낮다 보니 가정을 꾸릴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반면에 사회활동이 활발한 일부 커리어 우먼의 경우에는 업무적 성취감에 빠져 살림이나 육아 같은 전통적인 여성 역할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 역시, 자녀 양육비에 대한 부담감이나 자녀를 위한 헌신의 삶을 피하려는 개인주의 등에서 비롯된다. 

혼사는 인륜지대사이니만큼 그 판단과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물론 결혼이던 독신이던 선택은 개인의 몫이며, 사회는 한 개인의 자유 의지에 따른 선택을 편견 없이 수용하고 존중함이 마땅할 것이다. 사실 독신의 삶을 보편적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소수의 삶의 형태를 지지하고 또 실천하는 사람들은 없지 않았다. 

독신 생활의 장점은 자유로움이다. 간섭을 받을 일도, 언쟁을 벌일 일도, 가족 부양의 부담도 없으니 한갓진 것만은 틀림없다. 젊어 한때 누구라도 한 번쯤 독신의 로망을 품는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나이든 이후다. 노쇠해지는 심신을 홀로 마주하기란 인간으로서 쉽게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다. 노년의 두려움은 질병이나 가난보다 외로움이다. 독신 생활을 신봉한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마지막 극단적 선택에 앞서 동반자를 찾는 심리는 외려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다. 그만큼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며 외로움에 취약한 존재이다. 

그렇다고 결혼만 하면 저절로 외로움이 해결되느냐, 그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둘이라서 더 외로운 때도 있다. 어지간한 보살심으로는 참고 견디기 힘든 갈등 상황도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결혼은 결코 핑크빛 환상이 펼쳐지는 꿈의 무대가 아니다. 구름 위를 나는 황홀함 같은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냉랭한 관계 속에서 대립각을 세운 채 의무감으로 사는 부부라면, 결혼이 축복이라는 말에 동의하기가 더욱 어려울 듯하다. 

반면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불협화음을 조율하면서 질박한 삶을 살고자 마음먹은 이들에게는 결혼 제도가 퍽 유익하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우군이자 평생의 길동무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결혼이다. 물론 두 사람이 최초에 맺은 우호 동맹을 끝까지 파기하지 않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티격태격 분쟁은 치를지언정 대화와 협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부부는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나아가지만 엄연히 독립된 별개의 인격체다. 한 지붕 아래 살더라도 물리적· 심리적인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여, `따로 또 같이` 사는 지혜를 차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불완전한 두 남녀가 만나 처음부터 완전체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산전수전을 함께 겪으며 미운 정이 싹트고 동지애가 자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대방의 모습 속에 투영된 자신의 아바타를 발견하게 된다. 싫건 좋건 부부는 닮아 간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재테크보다 배우자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자주 살가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언젠가 모진 풍파에도 끄떡없는 부부만의 견고한 성을 구축할 수 있다. 상대방을 아프게 하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평생 함께할 사람을 힘들게 해서 득이 될 게 없다. 사사건건 마누라를 이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녀를 위해서도 금슬 좋은 부모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보다 훌륭한 유산은 없다.

결혼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가난해도 행복한 것은 두 사람만의 특권이다. 사랑과 믿음만 굳건하면 `스몰 웨딩`과 예단과 혼수의 최소화 등 해법은 있다. 갓난아기를 돌볼 때는 며칠 밤 뜬눈으로 지새우는 것쯤은 예삿일이다. 그러나 아기의 환한 미소에 거짓말처럼 심신의 피로가 달아난다. 굽이굽이 인생길에 어려움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노릇이 아닌가. 제아무리 고달파도 혼자가 아닌 `2인3각`경기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 이만큼 결혼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니 내 할 도리는 했고, 나머지는 청춘들의 선택에 맡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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