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생각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KIM&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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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생각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KIM&12`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7.01.24 11:51
  • 호수 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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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으로 이끌린 `남해`…그림책 `바게트 호텔`을 탄생시킨 김희은·김대일 부부

귀ː촌 歸村 return to one`s home village; return home

젊은 작가 부부를 만났다. 아내 김희은(31) 씨는 예명 키미(KIMI)로 그림 작업을 하고, 남편 김대일(38)씨는 디자인과 디렉팅을 하는 편집자다. 두 부부는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동경 반, 충동 반으로 지난해 9월, 남해 내동천마을로 귀촌해 현재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시각화하는 곳: 스튜디오 키미앤일이(KIMI&12)`를 꾸려가며 산다. 

# 가상의 공간, `바게트호텔`에 
   체크인 해보니…

이들 부부는 부산에서 6년 남짓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근거지 부산에서 남해로 넘어오며 지난해 11월, 이들은 함께 만든 그림책 `바게트 호텔`을 뚝딱 만들어냈다. 이 책은 가상의 호텔인 바게트 호텔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으로 현재 남면 `B급상점`과 인터넷에서 만날 수 있다. 아내 키미는 "설명하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만든 책"이라며 "사실 우리 일상을 보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나날일 때가 많다.

그런데 항상 책을 보면 쓴 이유가 있고 사건이 있고 교훈이나 감동을 주고자 하기도 한다. 저는 단지 우리네 일상처럼 일상의 한 부분을 툭 잘라서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어 최대한 덜어낸 그림책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가상의 공간, 비워내고 또 덜어낸 이 공간 속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더 바게트 호텔이 꼭 있을 것만 같아 찾아가고 싶어지는 신비로운 책이다. 남편 일이는 "실제 바게트 호텔에서 신을 법한 양말과 수건, 투숙객 열쇠를 본뜬 열쇠고리 등 다양한 상품들(Item)을 함께 디자인해봤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의 엉뚱한 상상력이 빛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 물건바다에서 물수제비 뜨며 
   그림그리는 삶

신혼 1년차인 부부, 평생 도시생활만 하다 처음 내려온 시골생활이 갑갑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단조로움 속에 사람 사는 재미가 숨어있었다. 아침에 눈 떠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먹고 날 좋은 날, 스쿠터 타고 물건리 앞바다에 가서 물수제비 뜨고 돌아와 다시 그림을 그리는 삶. 그려보기만 해도 정겹다.

실제로 부인 키미는 "군청에서 빈집 나온 것 보자마자 급하게 이사온거라 알리지도 못한 채 먼저 왔다. 그랬더니 다들 심심해서 얼마 못 가 곧 돌아올거라고 주변에서 겁을 많이 줬는데 막상 와서 살아보니 지내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며 "밥하기 싫은 날 배달음식 시켜먹을 수 없는 정도랄까? 불편함이라 해봤자 참을 수 있는 정도"라며 웃는다. 남편 일이는 "부산 살때는 외출하고 돌아오면 밤12시 넘기 일쑤고 그 밤에도 배고프면 24시 맥도널드를 가는 삶이었다면 지금은 아무리 늦어도 새벽1시를 넘기기 전에 잠이든다. 뭐랄까? 인간답게 사는 건강한 삶 같다"고 한다.

# 하고 싶은 일로
   `자생력 갖는 삶`을 꿈꾸다

이들 부부는 올해 총4권의 책, 다른 이의 의지가 아닌 두 사람이 그리고 싶고 말하고 싶은 책을 내는 것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현실속 삶은 영위해야 하니 잡지나 신문 속 삽화 등 여러 외주 일을 수주받아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한다.

아내 키미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배우고 싶었으나 형편이 여의치 않아 그림 대신 두 번째로 좋아하는 불어로 대학을 갔다. 그러다 다시 독학으로 그림그리다 공모전에 당선이 됐고 그 상금으로 떠난 프랑스여행, 그곳에서 만난 숱한 그림책이 나의 마음으로 사로잡았다"며 "그림 그리며 살자고 결심하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 마음가짐으로 살고자 노력할 뿐"이라며 미소지었다. 남편 일이 또한 "대학때 IMF를 겪으며 돈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었던 사람이라 돈문제는 언제나 쉽지 않다"며 하지만 "남해에 와서 스몰라이프(small life)를 지향하며 막연하게마나 오랫동안 품었던 꿈을, 우리 공간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키워드는 `꿈을 향한 자생력`, 알면 알수록 재미와 용기가 묻어난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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