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가 녹은 자리에 자신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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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가 녹은 자리에 자신이 열린다
  • 하태무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7.03.28 11:49
  • 호수 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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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태 무
본지 칼럼니스트
시인, 수필가

봄비가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가로수로 심어진 벚꽃 나무들은 벌써 분홍빛을 머금고 있다.

오래된 동요가 생각나는 봄이다.

솔솔 봄비가 내렸다
가지마다 손자국이 보인다.
누구누구 손길일까?
나는 알지
아무도 몰래 만진 봄님의 손자국


이런 무공해의 동요를 들어보거나 생각해 본 일이 얼마만인지?

탄핵, 세월호, 북핵, 선거….

이런 모든 정치적인 언어들은 사실 공해라 할 만큼 우리 귀에 너무나 자극적이다.

거기다 지방의원 선거까지 치러지는 모양이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사서삼경에 탐닉하는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가장 처음 읽어야 할 대학에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덕목을 강조한다.

大學之道(대학지도)는 在明明德(재명명덕)하며 在新(親)民(재신(친)민)하며 在止於至善(재지어지선)이니라.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으며  백성을 새롭게 함에 있으며 지극히 선한 데 머무르게 하는 데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하늘로부터 받은 밝은 덕성을 가지고 있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타고난 덕성을 스스로 밝혀 몸을 닦아야 함이 명덕(明德)이며, 매일매일 더욱더 새로운(日日新 又日新) 기운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며, 그 일은 지극히 착한 것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동요처럼 따라 외웠던 대학 경문과 해설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이 지금에 와서 새삼 가슴에 다가오는 건 무슨 연유인지.

춘추시대 노나라 재판관(옥관)이었던 유하혜라는 사람이 있었다.

"유하혜가 어느 때 먼 길을 다녀오느라 늦어서 성문 밖에서 유숙하게 되었다. 몹시 추운 날이었다. 갑자기 한 여자가 와서 잘 곳이 없으니 같이 자게 해달라고 했다. 유하혜는 얼어 죽을 것 같은 그 여인을 품에 안고 옷으로 덮어주었다. 새벽에 이르기까지 난잡하지 않았다."라고 그의 평전은 전한다. 그들 사이에 모종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아무도 없다.

공자도 논어 미자편에서 자신을 지키면서도 타인에게 어짐을 베푸는 유하혜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으며, 맹자는 그를  `조화를 이룬 성인(和聖)`에 속한다고 칭찬하였다.

항간에 돌아다니는 넌센스 유모어 중에 교통사고가 난 현장에 살려달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려
"게 누구요?" 하고 물었더니 살아남은 단 한 사람이 "국회위원이요" 라고 답하자

"그 거짓말은 믿을 수 없고, 여기 산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 그냥 철수합시다." 이런 농담에 웃기만 해야 할까?

소금은 인간의 체액과 혈액의 성분 중 0.9% 농도를 유지하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무기성분이다. 세포의 삼투압과 전해질 농도를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소금의 역할 가운데 제일 중요한 기능은 절임이다. 절임은 음식재료의 힘을 죽이고 뻣뻣함을 빼 준다. 김치를 담글 때 소금을 뿌리면 뻣뻣한 배추의 숨을 죽여 부드럽게 만들고, 배추가 양념으로 발효할 시간을 벌어준다. 절임 음식은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절이면 자신을 지키려는 에고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소금과 만나는 순간, 에고는 녹기 시작한다. 그걸 통해 자신이 열린다. 그 틈으로 소금이 더욱 스며든다.

유하혜는 에고의 욕망에 따르지 않고 자기의 道에 충실했던 사람이다.

자신을 소금으로 절인 사람은 에고가 사라져 나와 남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결국 나와 남이 하나로 합치는 순간이 다가온다. 나를 주장하거나 또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이롭게 해 줄 방법을 찾아낸다. 자신에게도 이롭고 남도 유익하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외통수 길`을 찾아내어 뚜벅뚜벅 걸을 수 있을 것이다.

5월의 지도자는 그런 사람을 물색할 일이다.

봄기운이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에고를 녹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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