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가족처럼 사는 이 기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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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가족처럼 사는 이 기분, 좋습니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7.04.25 14:20
  • 호수 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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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아이들 마음에 구멍 나는 게 아파서 귀촌 선택한 안병주·이숙경 부부

72년생 동갑내기 부부가 2015년 9월 말, 남해군 상주면으로 귀촌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남쪽 끝인 이곳 남해까지 내려온 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두 아들을 둔 부모다. 큰 아이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대안교육의 희망을 찾아서 남해로 귀촌을 결심한 이들 부부. 아이들을 위해 과감히 삶의 터전을, 방식을 바꾼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편집자 주>

# "늘 늦는 엄마", 수원-서울 출퇴근만 하루 4시간 

엄마이자 아내인 숙경 씨는 서울에서 웹사이트 관련한 IT업체에서 근무하는 워킹맘이었다.
출근을 위해 아침 7시에 나가서 아무리 일찍 퇴근해서 온다고 해도 밤 9시, 10시가 넘는 게 다반사였다. 특히 일의 특성상 야근 또한 잦았다. 퇴근과 동시에 집에 간다고 아들에게 연락을 하고 지하철 탔다고, 갈아탔다고, 버스 탔다고 연락하면서 와도, 늘 아이들에게 숙경 씨는 `지각하는 엄마`, `늦는 엄마`일 뿐이었다. 그 빈틈을 아빠이자 남편인 병주 씨가 채우고자 비교적 집과 가까운 시민단체에서 근무하며 아이들을 돌보았지만,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운 아이들에겐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주 씨가 평소 좋아하는 잡지인 녹색평론을 보다가 대안학교 상주중 여태전 교장선생님의 글을 보게 된 게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병주 씨는 "글을 보고 뵙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고, 실제 남해 상주로 내려와서 직접 이야기하면서 학생중심의 교육철학과 상주면이 가진 매력을 동시에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도시생활만 했던 부부, `여유로울 것`이란 막연한 환상을…

서울에서 나고 자랐던 두 사람은 시골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매체나 책을 통해 접한 정도 일 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오면서 오히려 몰랐기에 `꽤 여유롭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환상을 품은 채 온 것이다. 

첫 돌 지나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낸 걸로 모자라 학교 들어간 이후에도 네 식구가 평일 저녁에 같이 밥을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던 늘 시간에 쫓기던 가족, 이들에게 `여유`는 기분 좋은 상상이었으리라. 그렇게 귀촌을 결심했으나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 좋다`는 큰아이와는 달리 수원에서 친구들과 떨어지기 싫어했던 작은 아이의 `남해행 반대`에 부딪쳐 한동안 조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는 과감히 직장을 포기하고, 아이들과의 관계회복, 가족 간의 애정회복을 위한 전환점으로서 귀촌을 결심했다.

# 몇 개월은 배고플 각오하고 내려와

역시나 가장 큰 고민은 네 식구의 생계였다. 큰 아이의 중학교 입학 시기를 놓칠세라 급히 왔기에 딱 잡히는 일거리 또한 없었다. 몇 개월 정도는 있는 돈으로 버텨보자는 큰 결심을 하고 왔으나 인심 좋은 마을 분들이 일자리를 알려주셔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한다. 

숙경 씨는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젊은 사람들도 마음은 있어도 선뜻 남해로의 귀촌을 결심하긴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역시도 정규직이 아니라 임시직으로 생을 꾸려가지만 도시에서의 100만원과 시골에서의 100만원의 가치가 또 다르기에 알뜰히 살아가면 살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사실 시골에서의 삶은 돈보다는 관계에 의해 해결되는 게 훨씬 많죠. 돈 싸들고 올 게 아니라 내가 이곳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어떻게 살아가겠노라는 삶의 방향을 더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시에서처럼 소비를 조장하는 네온사인 즐비한 점포들도 없고 24시간 꺼지지 않는 배달점포가 있는 곳도 아니어서 자연스레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부부. 이들의 올해 목표는 `시금치 농사` 도전과 마을사람들과 지역아이들의 쉼터이자 주민들이 연결되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자 `동고동락협동조합`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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