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날`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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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날`을 보내며
  • 이현숙
  • 승인 2017.04.25 15:15
  • 호수 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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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4월 25일은 제54회 `법의 날`이다. 법의 소중함을 널리 일깨우고자 국가가 제정한 기념일이다. 최근 들어 법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인구에 회자되고 법조인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우리 사회에 평등과 정의가 구현되기를 열망하는 국민적 정서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참에 법조인들의 직업적 애환이나 고뇌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들은 오늘도 사건 기록과 씨름하며 증거 자료를 분석하고 법리 검토에 골몰하고 있다. 결코 아무나 수행할 수 없는 지난한 작업인 것만은 분명하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 소장은 권력농단 사건의 심리를 원활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임기가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노심초사해야 했다. 그는 재판관 8인 체제 하에서의 선고를 지지했다. 청사 외벽 상단에는 9인의 재판관을 상징하는 9개의 무궁화가 돋을새김되어 있다. 이 조각물에 담긴 준엄한 의미를 간과할 수 없는 헌재의 수장으로서 국가 안위를 고려한 고육지책이었다고 여겨진다.

그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은 곳은 특검이다. 특검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 혐의를 공정하게 수사할 목적으로, 독립된 변호사가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특별검사제도`다. 이번에 박영수 특검장이 이끈 105명의 특검팀은 역대 11차례의 특검 중 국민으로부터 가장 뜨거운 신뢰를 얻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만을 바라보며 성역 없는 수사를 펼쳤기 때문이다. 수사 기간이 턱없이 짧게 느껴질 만큼 활약상은 눈부셨다. 치솟은 대중적 인기조차 특검팀의 헌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여기 또 다른 법조인 그룹이 있다. 피청구인 측 변호인단이다. 탄핵 심판정 안팎에서 이들이 보여 준 거친 발언과 태도에 국민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탄핵심판 15차 변론이 있던 날에는 절차에 따라 일정을 마치려는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막말과 삿대질로써 곤혹스럽게 했다. 그 밖에 검찰 수사나 언론 보도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며 어깃장을 놓기도 하고,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고 예수는 십자가를 졌다, 피청구인은 여론의 모함으로 사형장에 가는 소크라테스와 같다`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탄핵심판의 주심 강일원 재판관에게도 막말을 이어갔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임을 다하는 판사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거나 법정의 신성함을 지킬 의무를 이행하기는커녕 법정을 모독하는 행위는 법조인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라 말하기 어렵다. 의뢰인을 대변하는 변호인이면, 법리에 부합되는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상식적인 변론을 펼치면 된다. 변호인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한민국 사법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언행은 자신을 위해서건 의뢰인을 위해서건 국가를 위해서건 득이 될 게 없다.

모 기업인에게 구속 영장이 발부되고 나서 서울중앙지법 한창석 판사가 피의자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다. 이때 영장전담 판사를 향해 `고작 39살짜리가 나라를 망친다`는 막말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나이를 말하는 것은 백발이 아니라 지혜이므로 그 말에 동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에게 사법 사상 초유의 구속 영장을 발부한 강부영 영장전담판사 또한 영장심사 과정에서 심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사의 본분을 잃지 않고 끝까지 냉철함을 관철시켰다. 

헌법 전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고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 나라다. 우리 민족은 숱한 역사적 시련 속에서도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이처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나라의 주권자답게 만드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누구나 다 알고 있듯 우리의 자랑스러운 바로 그 헌법 조항이다.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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