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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정의보다 더 잔인한 것
김정화 | 승인2017.06.07 17:04|(552호)
김 정 화
본지 칼럼니스트
미송새마을금고 감사

언제 우리가 잔인할 정도로 정의로운 적이 있었던가. 더 잔인한 것은 정의가 올바르게 실현되지 않았던 것 아닌가. 적당하고 어정쩡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동요됨이 없이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의가 만용을 부리거나 남용되면 결기로 보일 수 있어 마음 단속도 필요하다. 개혁과 정의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지 휘두르기 좋은 방망이가 되면 안 될 것이다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 송나라 문인 소동파의 시 구절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30년간 입었던 법복을 내려놓고 검찰을 떠나면서 이를 인용했다. 덧붙여 자신만이 정의롭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느낌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정의가 시대의 화두가 되면서 대중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정의에 목말라 있다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일 수 있지만 정의의 실현에는 공정이 도출된다고 생각하면 그 정립이 좀 수월하다. 사람 개개인에 대한 공정함이 적당하거나 어정쩡하면 그게 정의롭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와 조직을 위해 충직하게 봉직하다 조직을 떠나는 검찰총장의 소회를 진중하고 유화스럽게 바라본다면 분별없이 함부로 남용하는 정의는 정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언제 우리가 잔인할 정도로 정의로운 적이 있었던가. 지나친 정의보다 더 잔인한 것은 정의가 올바르게 실현되지 않는 것임을 생각할 겨를은 없었던 것인가. 정의가 만용을 부려서도 안 될 것이지만 적당하고 어정쩡한 정의 또한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기울기와 편차가 왜곡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균등이 실현되어야 정의로운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남의 제사집에서 가져오는 떡 한 조각이 먹고 싶어 자정이 넘어서 까지 졸음을 참고 기다렸던 시절이 있었다. 형제가 많았던 터라 떡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것은 필자의 생각마저 뾰족하게 했다. 이 상황에서 떡을 누가 자르고 누가 고를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공정함, 즉 정의는 쉽게 풀릴 것이다. 먼저 떡을 자른 사람이 맨 나중에 떡을 고른다면 떡의 분배는 공정할 것이다. 우스운 비교였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국가지도자는 개혁과 전환사이에서 떡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다. 낮은 자의 목소리와 타협하고 서민의 이익에 복무하면서 낙오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려고 하는 모습이다. 적어도 지금은 개혁의 기준과 잣대가 정의롭게 보인다.

광화문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광장에는 저마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유의할 것이 있다. 이념적으로 상호 친화적이고 애착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광화문에서 자주 만나 기뻐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될 뿐이다. 광장을 벗어나 다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광장 정치는 제도정치가 실패하고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민 소수의 목소리까지 담아내는 광장정치를 결코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 또한 시민들이 일궈내는 참여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의회정치를 뛰어 넘는 광장정치의 정당성이 거듭 인정받는다면 그 또한 우울한 일이다.

국민들의 열망과 도전이 광장이 아닌 국민이 만든 기구의 기능 아래에서 대접받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이다.

지난 지도자가 남기고 간 숙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를 뛰어 넘어 다음 세대를 공정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과거를 시대의 짐으로부터 놓아주는 일이라고 운명의 가슴에 새긴 말을 기억해야 한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동요됨이 없이 확고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과정에서 정의가 남용되면 결기로 보일 수 있어 마음의 단속도 필요하다.

개혁과 정의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지 휘두르기 좋은 방망이가 되면 안 될 것이다.


김정화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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