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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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과제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6.13 15:30
  • 호수 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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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조기 대선을 거쳐 정권이 교체됨과 동시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국내외 선거사를 통틀어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뚜껑을 열어 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선거라고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대선 후보들은 각자 최선을 다해 공식 선거활동을 펼쳤다. 그 중에 포퓰리즘성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를 현혹하거나 흑색선전을 유포하는 행위는 향후 반드시 사라져야 할 선거 적폐라 본다. 이즈음 벌어진 인상적인 사건이라면, 민의를 받들어 탄핵을 이끈 주역이자 청문회 스타였던 일부 의원들의 탈당과 창당과 복당, 그 한 편의 굴곡진 드라마를 꼽을 수 있다.

이번 선거전에는 역대 최다 후보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과연 이들이 오매불망 갈구하던 권력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는 바로 타인을 지배하는 무소불위의 힘이다. 힘이 커질수록 남용 가능성도 커지며, 국가와 국민을 담보로 위험한 줄타기를 시도하는 만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권력의 단맛에 길들어지면 그 치명적인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주권자 즉 국민은 자신이 위임한 권력이 대리인에 의해 어떻게 행사되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볼 일이다. 지도자가 자리보전에만 연연하면 무능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반면 여론에 영합하여 능력 밖의 일을 벌인다면 뒤탈이 나게 마련이다. 물론 무지와 무능을 능가하는 망국의 지름길은 사리사욕이다.

그러면 지도자의 판단과 행동의 준거는 어디에 두어야 하며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부패한 지도자의 특징을 살펴보면 웬만큼 답이 보인다. 첫째, 일신의 영달에 매달린다. 나랏일은 뒷전이고 출세에 눈먼 자들을 상대로 매관매직하거나 기업인들과 짬짜미하여 정경유착을 도모하기에 바쁘다. 둘째, 의리를 중요시한다. 권력 쟁취에 기여한 측근들과 성과물을 공유함으로써 공고한 연대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자리씩 차지한 훈구공신들이 보신주의자나 예스맨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셋째, 최상의 전략은 모르쇠 전략이다. 비리와 적폐가 드러나면 반성하기는커녕 무조건 혐의를 부인한다. 나아가 위증과 증거인멸을 일삼는다. 심지어 누군가 기획한 일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자들의 대략적인 방어기전이다. 국가나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는 대개 정치인 집단에서 배출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후안무치의 성향이 농후하다. 국민이 간절히 원해서, 역사적 소명 때문에, 자신만이 현재의 난국을 타파할 적임자여서, 정치를 그만두지 못한다고 입을 맞춘 듯 말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열변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십중팔구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말의 성찬에 불과한 때문이다. 밭이 좋아야 열매가 실한 법이다. 좋은 지도자를 키우려면 정치판부터 쇄신해야 한다.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은 아예 들이지 않는 게 최선이다. 제 앞치레도 버거운데 과욕을 부리다 보면 결국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고 만다.

그렇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얻을 방법은 없을까. 한 마디로 부패한 지도자가 걸어간 길을 피하면 된다. 그 핵심은 지공무사(至公無私)다. 더불어 법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구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문제는 시스템 자체는 완벽하더라도 사람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과거의 불행과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던가. 또한 국가기밀을 제외한 모든 정책을 입안부터 시행에 이르기까지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고, 정책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깜깜이`처리가 아닌 즉각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여기에 군림하는 정치가 아닌 섬기는 정치로서 국정을 다스린다면 훗날 역사에 자랑스러운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 민생 문제를 필두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가계 부채 1천344조3천억 원의 1인당 환산액은 2천613만 원이다. 소득격차에 따른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계층 간 갈등을 넘어 동일 계층 내에서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지 오래다. 계층 간 사다리마저 끊어진 채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근로· 납세· 국방· 교육 의무를 평생 성실하게 수행한 국민들에게 최소한 저녁이 있는 삶은 보장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의 기대와 우려 속에 갓 출항한 `대한민국`호의 순항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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