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關係)
상태바
관계(關係)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6.20 10:45
  • 호수 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칼럼|
김 재 명
본지 칼럼니스트

네가 틀리고 내가 맞다 는 것을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세상에 불변하는 진리라는 게 있긴 있는 건가?

셋째 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그 아이는 대기업들의 광고 홍보 전략을 대신해서 기획해 언론기관에 기사거리를 제공하는 기획전문회사에서 전략적 기사를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의뢰 기업은 기사를 통해 사업 성공을 노리고 아이의 회사는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구조다.

밤늦은 시간에 온 전화라 무슨 큰일이나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며 스마트 폰의 수신모드 상태 버튼을 눌렀다. 아니나 다를까, 수화기 저편으로 반 울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빠! 나 좀 문제가 있는가봐, 사람들이 나보고 소통이 안 되는 인간 이래" 그러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흐느끼다가 들은 사건은 전모는 이랬다. 정해진 시간에 기사를 올려주기로 약속을 받고 기획안을 작성해서 보냈으나 기자 측에서 펑크를 낸 모양이다. 이에 항의해 전화로 연락을 취했더니 기자 측에서는 이런 내용은 의례히 그렇게 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며 그렇게 순진하게 일해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핀잔을 줬다고 했다.

계속해서 기자 측에서는 일방적으로 자기분야의 전문적 지식 위주로만 강변을 하였고, 딸아이는 기자의 논리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문적 분야의 깊은 지식을 사전에 가지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스스로 패배의식까지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줘야 하지 않는가를 따졌더니 기자 측에서는 전화를 끊고 딸아이의 상사에게 전화를 해서 저렇게 소통이 안 되는 직원을 어떻게 쓰고 있냐며 불편한 심기를 전했던 것 같다.

딸아이의 상사는 딸을 불러 세상 그런 거라면서 그런 거 하나도 눈치껏 하지 못하냐고 채근하며, 기자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너무 기분 상하지 말라고 했다한다. 딸아이는 `갑`질에 눌리는 상사를 보면서 더 큰 실망감을 가졌고, 어디다 하소연 할 데를 찾지 못하여 제 애비에게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했다고 했다. 

어떤 답을 주어야 할런지 난감하였다. 나도 살면서 이런 경우를 수도 없이 겪었다. 그럴 때마다 모든 걸 내팽개치고 내 맘대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새끼가 당한 심적 고통을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그냥 두고 내 곁으로 내려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내 입에서 나간 말은 정반대였다. "너도 문제가 있을 거다. 여러 번 반복해서 상대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너 자신을 먼저 되돌아 봐라. 어차피 세상은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게 이치다" 그리고 전화기에 문자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보냈다.     

"네 전화 받고 오래도록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삶을 통해 얻은 결론은, 상대를 대하면서 반드시 내가 너를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그를 굴복시키려 한다면 순간적인 승리자는 될 수가 있지만 그 순간 그와의 관계는 단절된다. 그러나 먼저 그의 생각을 존중하고, 나와의 차이를 설명해서 상대가 이해했을 때 합의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비로소 내가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분해하지 말고 한 번 더 깊이 숙고하기 바란다"

다음날 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자기편이 되어주지 못한 애비에 대한 질책이려니 싶었는데 처음에는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아 조금은 서운했으나, 뒷날 출근해서 직장의 동료들과 아빠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펼쳐놓고 이야기를 해보니 모두들 감동이라며 찬사를 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럴 수 없이 아빠가 자랑스럽고, 고맙고, 존경한다며 아빠의 생각을 명심해서 열심히 살아가겠노라고 약조를 해왔다.

결국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식과 비상식의 가늠자를 설정해야하고, 때론 진실의 모호성 때문에 혼돈을 겪는다. 지금은 지극히 진실이 되어버린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부르짖던 지동설, 마젤란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깨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했던 항해도 불과 5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네가 틀리고 내가 맞다 는 것을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세상에 불변하는 진리라는 게 있긴 있는 건가?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