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622km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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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622km를 달렸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17.07.18 09:20
  • 호수 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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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 남해마라톤클럽 전 회장, 날씨와 부상에 맞서 싸워
완주한 사람 이름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는 이상만 회장.

2017년 대한민국 종단 622km 대회 최고령 참가자
"졸음, 정신력, 체력, 인내력 4가지 갖춰야 돼"


2006년 위암을 물리치고 마라톤과 악수한지 어느덧 11년. 남해군 대표 마라토너 중 한 사람인 그 이름 이상만. 각종 대회를 완주한 그가 완주 못한 대회가 남아 있는데, 2년 전 실패한 국토종단 622km 대회를 정복하기 위해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완주에 성공했을까? 그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펼쳐진 `2017년 대한민국 종단 622km 대회`에서는 유독 화제가 된 인물이 있었다. 58명의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 참가자 3명에 속하는 이상만 남해마라톤클럽 전 회장. 33인 완주자 명단에 들었지만 시간초과로 인해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그는 다음 대회를 기약하했다.

 이번 대회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총 622km 거리를 무박 7일 동안 달려야 하는 국내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한 대회다. 초 장거리 대회로서 각 구간마다 CP(Check Point: 경기 중 마라토너의 상태부터 여러 가지를 확인하는 지정 장소)를 정해진 시간에 통과하고 완주해야만 공식적으로 기록이 인정되는 대회다.

 이상만 전 회장은 "2년 전에도 도전했지만 622km 대회는 특히 날씨와 졸음, 정신력, 체력, 인내력 등 나와의 싸움이다"고 운을 뗐다.

 대회 첫날인 지난 2일 오전 6시. 이 회장은 해남 땅끝마을 출발선에서 첫 발을 내딛고 느꼈다. "생각보다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다. 날씨도 좋다. 이대로만 가게 해다오"라고 말이다. 100km 지점에 있는 1CP 지점인 나주를 통과할 때부터였다. 그는 "뙤약볕이 너무 더웠다. 마치 나만 따라오는 듯했다. 그때 하필 다리에 쥐가 났다"고 첫날을 회상했다. 이어 "조취 후 1시간정도 지체됐다. 여기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이후 각 CP를 통과하기 위해 마음이 급했다. 결과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그는 "550km 구간인 11CP에서 발 부상에 의한 치료에 2시간이 소요됐다"며 특히 "미시령 고개에서 심하게 부는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시간이 지체됐다. 남은 거리는 24km, 남은 시간은 4시간 30분이었다"고 아쉬움이 가득 묻은 표정으로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비바람에 몰아치고 난 뒤, 졸음의 유혹이었다. 이상만 전 회장은 "몇 차례 부상 치료와 기상악화를 피하기 위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계속 달렸다. 대회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누적된 피로와 쏟아진 졸음은 피할 길이 없었다. 이어 "주최 측이 계속 깨웠지만 너무 늦게 일어나 끝까지 달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605km 구간인 12CP를 통과했지만 시간을 지키지 못해 실격하게 된 것. 고작 17km 남기고 탈락 선고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끝으로 그는 "내년에는 537km 대회와 2년 뒤에 622km 대회가 있는데 방심하지 않고 전략을 세밀하게 세울 것이다. 마음은 이미 622km를 완주했고 2년 뒤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에 찬 인터뷰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대회는 특히 소변이 마려울 틈이 없었다. 땀으로 모든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고 여유를 보였다.

 이상만 회장은 완주했지만 시간제한에 걸려 공식적으로 완주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실패라는 고배의 쓴 잔을 마셨지만, 쓴 보약일수록 몸에는 좋은 법. 이번 경험을 보약삼아 다음 2019년 도전에서 성공하길 바라며, 끝나지 않은 그의 마라톤 도전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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