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가 키운 개구쟁이, 리우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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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가 키운 개구쟁이, 리우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되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7.07.18 11:40
  • 호수 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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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대 탁구선수, 장애1체급 한계 극복하고 세계랭킹 1위로 우뚝

`신한불란(信汗不亂)` 신념으로… 장애란 느리고 불편할 뿐, 세상 밖으로 나와야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삶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순간 사건사고가 도사리며 이에 부딪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해 삶의 한 부분이 멈추거나 제 기능을 못하는 일, 한계를 맞닥뜨리기도 한다. 이런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란 말은 쉬울지 몰라도 실제 행동엔 땀과 눈물이 따른다.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패럴림픽에서 본 경기가 아련한 감동을 주는 것 또한 어쩌면 그러한 숨겨진 `땀과 눈물`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국의 데이비드 롭과 대치해 탁구 부문 은메달을 거머쥔 주영대 선수. 그는 장애정도가 가장 심하다는 1체급에서 활동하는 프로 탁구선수다. 사실 장애가 없는 사람으로선 이해의 경지를 넘어서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제대로 탁구채를 쥐지도 못하는 선수가 휠체어로 몸을 움직여 빛의 속도로 튀는 작은 탁구공을 따라 몰입하는 그 움직임이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유년시절을 남해에서 울고 웃은 주영대 선수, 그 역시 처음부터 걷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1993년, 경상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 2학년 말, 사천 서포 할아버지 댁에 가는 길에 대형덤프트럭을 피하려다 교통사고가 나면서부터 그의 삶은 달라졌다.

 사고가 났을 당시만 해도 `장애`나 `장애인의 삶`에 대해선 생각조차 못했다고. 수술 받고 치료 잘 받으면 예전 같지는 않아도 당연히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경추골절`이 가진 무시무시한 의미를 몰랐다는 그는 목뼈와 허리를 다치는 통에 전신마비가 따랐고 그로인해 장애판정 1급의 걷지 못하는 장애인이 되었다.

 주영대 선수는 "병원입원치료만 1년을 하고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집에서 스스로 은둔생활을 거의 3년 했다"며 "사실 처음엔 이렇게 살아서 뭣하겠냐는 생각을 떨쳐내는 게 너무 힘들었고 주변 시선들이 너무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한 힘은 역시 `가족애`였다. 주 선수는 "어머니께서 굉장히 활달하신 분이셨는데 저 때문에 집안 감옥생활을 하셨다. 너무 미안했다. 멀쩡하신 분이 아들래미 하나 때문에 모든 모임과 소통을 끊고 단절한 채 제 수발만 든다는 게 장남으로서 마음이 아팠다. 그러다 당시 유행하던 PC통신에서 장애인 모임인 `모두하나`의 오프라인모임에 나가면서 그는 처음으로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주 선수는 그 모임을 통해 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고, 재활운동에 좋은 종목이 탁구임을 알았다고. 사고 이전의 그는 해양초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테니스를 즐겼다. 주 선수는 "제 아버지께서 남해종고(지금의 제일고) 선생님이셨다. 5살 때부터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남해에 살면서 해양초 축구부 생활을 하고, 남중에선 친구들과 당산에서 놀던 기억이 난다. 회나무 아래서 구슬치기한 추억, 마산마을 고구마공장 앞 물가에서 수영하던 추억도 그렇고 남해는 개구쟁이였던 유년기 추억이 담긴 곳이라 늘 그립다"고 말했다.

 주 선수는 특유의 긍정마인드를 살려 장애인직업교육을 받은 후 웹디자이너의 삶도 10년 가까이 해왔다. 그러나 재활로 시작한 탁구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어 과감히 프로선수의 삶을 선택한 이후론 매일 운동으로 일과를 채운다.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한불란(信汗不亂)의 신념으로 오늘도 한계에 도전한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너무 앞만 보지 말고 가끔은 뒤도 보자고 말하는 주영대 선수, 그의 다음 목표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탁구로 인해 삶의 목표와 꿈이 생겼다는 그의 스매싱에 더 뜨거운 의지가 붙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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