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감동한 `숙이나래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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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감동한 `숙이나래 문화제`
  • 전병권 기자
  • 승인 2017.08.10 17:20
  • 호수 5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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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쌍가매 사촌 언니도 피해자 100명의 학생 자원봉사자 참여 각지에서 능력자들, 재능 기부해
박숙이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숙이나래 문화제가 지난 8일 읍 숙이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권지인 안무연출가의 <할미꽃>퍼포먼스의 마지막 장면이다.
박숙이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6일 향년 95세의 나이로 눈을 감은 박숙이 할머니를 사진과 영상, 책자 말고 다시 볼 수 없을까? 남해에서 유일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박숙이 할머니를 함께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제1회 숙이나래(날개) 문화제`를 통해 몇 시간이지만 잠시나마 그녀와 만날 수 있었다. <편집자 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난 3월부터 군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박숙이 할머니 또한 함께 기리자는 의미로 열린 숙이나래 문화제. 남해여성회(회장 김정화)가 주관하고 주최한 숙이나래 문화제는 알찬 구성과 군 내외 많은 능력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성황리에 마쳤다.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히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8일 오후부터 많은 학생들과 낯선 사람들이 읍에 위치한 숙이공원에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문화제를 위해 군내 100명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진주, 창원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뜻깊은 행사를 위해 재능기부 했다.

서지연 무용가 진소무인 <봄날II>를 선보이고 있다.

화전농악보존회가 읍 사거리와 숙이공원 주변을 꾸몄고 남해고 봉사동아리 맨투맨을 비롯한 여러 자원봉사자와 학생들이 거리 홍보를 나섰다. 무대 맞은편 벽면에는 `희망나무 나비 편지 달기`라는 메시지와 사진을 전시했다.

한쪽에는 수작업으로 만든 팔찌·수세미와 모기 퇴치제 등을 판매했다. 판매 수익금은 일본군`위안부` 관련 자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위한 후원금으로 쓰이게 된다.

이날 행사의 성공을 기원하는 화전농악보존회의 길놀이와 극단 `(사)문화두레어처구니`의 강성훈 씨가 비나리 공연을 선보였다.

<할미꽃> 퍼포먼스 중 권지인 안무연출가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남해여성회 김정화 회장의 모습이다.

해가 진 오후 7시부터 본격 무대행사들이 진행됐다. 박득주 군의회 의장과 박삼준 부의장, 하복만 의원, 류경완 도의원, 학교운영위원회 남해지역협의회 이임근 회장 등이 일찍이 자리했다.

그리움, 슬픔, 감동의 무대
본격 행사를 알리는 류혜란 시인의 <타고 남은 희망으로>라는 시 낭독에 이어 슬픔과 애환을 담고 있는 진혼무를 선보인 서지연 무용가의 <봄날 II>가 선보였다.
 


남해고 봉사동아리 맨투맨은 <바위처럼>이라는 제목으로 청소년들의 힘찬 몸짓을 뽐냈고 설민석 역사 강사의 영상이 상영됐다. 이에 참석한 관중들은 그동안 몰랐던 위안부에 대해 다시금 깨닫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지켜봤다.
 

6학년 5반의 환상의 하모니

 

분위기를 바꿔 가수 강현수 씨와 남해를 대표하는 실버합창단인 6학년 5반이 <

분위기를 바꿔 가수 강현수 씨와 남해를 대표하는 실버합창단인 6학년 5반이 <봄날은 간다> 등을 불러 환상의 하모니를 자랑했고 이어 박숙이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 담긴 <할머니를 부탁해> 상영과 정필원 지휘자와 함께하는 칸타빌레 합창단이 <Flying free>라는 곡 등을 불러 합창단 이름에 걸 맞는 노래 소리가 숙이공원을 가득 메웠다.

주춤주춤 내리던 비는 마지막 무대에서 극적인 자연연출을 나타냈다. 타악연희원 전임 연출자인 권지인 안무연출가가 <할미꽃> 퍼포먼스를 그렸다. 특히 권지인 안무연출가가 숙이동상 옆에 서서 동상과 같은 포즈를 취하자 하늘도 감동했는지 비가 쏟아졌다. 이때부터 많은 관객들이 울음을 참지 못했고 특히 김정화 회장은 권지인 안무연출가의 품에 안겨서 소리 내 울어 박숙이 할머니를 더욱 떠울리게 만들었다.

 

숙이나래 문화제가 남긴 것들
이날 행사는 총 200여명이 다녀갔고 교통통제와 안전사고를 대비해 남해경찰서에서 성실히 지원했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강지수·정다희(남해여중 3학년) 학생은 "위안부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살았다. 이번 문화제를 통해 연도부터 어디서 일본군 위안부가 존재했는지 등 많은 사실을 깨닫게 됐고 이번 행사는 남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부디 남아 계신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남해여성회와 인연이 닿아 무대 조명부터 음향, 진행, 설치 등 행사를 담당한 (사)문화두레어처구니의 손마회 대표는 "이런 뜻깊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이 참여했는데 소통이 정말 잘돼서 일의 진행이 매끄러웠다. 첫 행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어서 여성회를 비롯한 남해군과 자원봉사자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통해 박숙이 할머니 외에 또 기억해야할 사람이 있다. 이름은 `장쌍가매`로 박숙이 할머니의 이종사촌 언니다. 장쌍가매 할머니도 남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아닌 일본에서 광복을 맞았고 이후 일본군에 의해 생을 마감했다.
 

아마도 박숙이 할머니는 이날 행사를 숙이나래라는 이름에 맞는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흐뭇하게 지켜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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