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뱌 계곡과 아름다운 안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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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뱌 계곡과 아름다운 안탈리아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8.31 12:52
  • 호수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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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꾹장의 좌충우돌 터키 여행기 6

우리 일행은 데린구유의 여운을 뒤로한 채 카파도키아의 파샤바 계곡으로 향했다. 파샤바 계곡에는 버섯모양 지붕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가 경쟁하듯 서 있었다. 커다란 눈을 껌뻑이는 낙타들은 웅장하면서 예쁜 기암괴석들이 마냥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금방이라도 심술쟁이 가가멜이 왕눈이 낙타들을 괴롭히려 나타날 것 같은 풍경이다. 파샤바 계곡은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배경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4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서서히 지쳐 갈 무렵 "쫀득쫀득 아이스크림 맛있어요"라는 외침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았다. 나의 지인들처럼 배가 볼록하고 볼이 볼록한 터키 아저씨가 친절한 미소와 함께 전해주는 딸기 아이스크림은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카파도키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우리 일행은 토로스 산맥을 지났다. 토로스 산맥은 티그리스강의 발원지이며,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를 만들어 준 산맥이다. `토로스`는 제우스와 사랑에 빠진 이오를 질투의 화신 헤라가 암소로 만들어 그 암소가 산을 건너갔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토로스 산맥을 지나 도착한 안탈리아는 제우스의 연인 이오를 닮은 듯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칼레이치 골목

사랑스런 지중해의 물빛은 무뚝뚝한 경상도 아지매의 마음도 녹여버릴 것 같이 매혹적이다.  나는 지금 커다란 코발트빛 터키석 안에서 감성울렁증을 달래며 항구도시 칼레이치와 마주보고 있다.  지중해에서 바라보는 낮은 절벽 위의 아름다운 성과 로마·비잔틴·셀주크 시대의 고전적 성벽은 중년의 로맨스를 꿈꾸게 했다. 나만의 그루브를 즐기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멋지게 날려버렸다. 우리는 선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안탈리아의 좁지만 낭만적인 구시가지 칼레이치의 골목을 즐기며 여행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안탈리아의 구시가인 칼레이치의 입구에는 하드리아누스의 문(Hadrian`s Gate)이 있는데, 기원전 2세기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안탈리아를 통치한 기념으로 세운 대리석 아치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는 안탈리아 외에도 터키 에페소 `하드리아누스의 문 등 많은 문화유산을 남겼다.
 
터키의 서남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안탈리아는 BC 2세기에 페르가뭄의 왕 아탈루스 2세가 세운 도시다. 중세에는 비잔틴의 요새였지만, 1391년 술탄 바예지드 1세에 의해 오스만 투르크의 영토가 되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프랑스·영국이 맺은 3국 협정에서 이탈리아가 안탈리아를 점령했으며, 이탈리아는 1921년 7월 투르크의 국민군에 의해 다시 터키의 영토가 되었다. 아픈 역사를 가진 안탈리아는 아름다운만큼 상처가 많은 도시다.
  
터키는 이라크를 비롯해 이란, 시리라, 아르메니아, 조지아, 그리스, 불가리아와 같이 많은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세계의 역사를 보면 이웃 나라와 관계가 좋은 나라는 드물다. 터키와 그리스의 관계는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만큼 깊은 골이 있으며,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로 일어난 분쟁의 그늘은 큰 숙제로 남아있다.
 
터키는 예수의 부활이후 신약성서의 성지다. 터키에서 태어난 사도바울은 기독교가 유대교의 한계를 넘어 세계인의 종교가 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사도 요한의 교회와 누가의 묘, 그리고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승천한 곳이 있는 기독교의 요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터키인들은 기독교가 아닌 이슬람교를 믿고 있으므로 종교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은 국제사회에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제국을 건설했던 터키는 그늘 속에 가려진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분단된 조국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지혜를 모으고 있다. 터키의 역사를 바라보며 우리의 평화만큼 세계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온 몸으로 느끼는 의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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