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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 있는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남해소망의집 정정자 씨 지체장애 딛고 시집 발간
전병권 기자 | 승인2017.08.31 13:24|(563호)
매일 아침 여러 작물들과 얘기하며 물을 주는 정정자 씨.

지체장애1급. 병명은 뇌성마비. 휠체어 없이 이동조차 할 수 없지만 행복한 삶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남해소망의집 거주인 정정자 씨.
장애로 인해 연필을 쥐고 글을 쓸 수 없지만 그녀의 숨어있는 시적 감수성과 표현력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6년 동안 쓴 시 102편이 이제 하나의 책으로 세상 앞에 서기 직전이다. 곧 세상 앞에 선보일 시집과 시낭송회·출판 기념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엿봤다. <편집자 주>

"안녕? 오늘은 햇볕이 따사롭네? 그럼 내가 물 많이 줄게"
매일 여러 작물들과 대화하는 남해소망의집(이하 소망의집) 화단에서 속삭이는 예비 시인 정정자 씨(55세)가 아침을 여는 소리다.

평소 자연과 교감하며 시를 쓰는 기간이 어느덧 7년. 2011년 12월 첫 시 <가을 같이 하소서>를 시작으로 지난달 110번째 시를 완성한 그녀. 그녀는 목을 가다듬으며 오는 출판기념회·시낭송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자 씨는 "시집이 출판될 것이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 며칠 동안 잠도 설쳤다"며 한편으로는 "태어나서 55년 만에 처음으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예쁜 옷도 사고 싶고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해야 될지 기분 좋은 생각에 웃음이 난다"며 10대 소녀처럼 웃는 그녀.

정자 씨는 자신의 생애 첫 시집 출판기념회·시 낭송회가 열릴 특별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시를 쓰기 위한 피나는 노력

그녀가 시인의 길에 들어선 이유는 김종건 사무국장(이하 김 국장)이 건넨 한 마디 때문이다. 김 국장은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일과를 마치고 저녁 내내 한글 맞춤법부터 시작해 시 형식과 활유법, 의인법, 메타포(숨겨서 비유하는 수사법) 등을 알려 줬다. 또한 결정적인 계기는 시 교육 당시,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쓴 <시가 내게로 왔다>를 인용해 김 국장은 "정자 씨에게도 시를 쓸 능력이 충분하다. 시가 정자 씨 안에 이미 자리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국장은 "평소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달라서 글쓰기를 권유했다"며 "처음에는 형식이 없는 시처럼 느껴져 본격적으로 시와 문학, 한글 공부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100편이 넘는 시를 담은 시집
출판기념회·시낭송회
9월 12일(화) 저녁 7시
화전도서관 평생학습관
다목적홀서 개최

 
이에 정자 씨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시 쓰기를 놓지 않았고 그녀의 인생을 시에 녹이기 시작했다. 주로 시설 안과 근처에서 보던 하늘과 바다, 풀, 바람, 꽃 등 자연이 친구가 돼 이제는 길동무이자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또한 군내 문학과 글쓰기에 일가견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을 줬다. 이들의 도움으로 어느덧 정자 씨의 시는 자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시집 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녀는 시를 쓰기 위해 한글 교육은 물론 특수 자판을 사용하는 컴퓨터를 총 9개월 동안 사용법을 익히기도 했다. 또한 순회교육을 통해 2009년 해양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초·중등 교육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남해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 받고 있다.

대표작 <나 다시 산다면>, <기도>, <4월의 신부>

그녀는 제11회 전국 초·중학생 백일장에서 산문부문 장려상을 시작으로 제23회 전국 장애인 종합예술제에서 글짓기 부분 동상을, 제9회 전국 장애인과 함께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실력을 뽐냈다.
 
시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알려다는 물음에 정자 씨는 "남해 오기 전 바깥세상을 구경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있었다.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서 신앙을 접했고 기도를 시작해 소망의집에 오게 됐다. 지금은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말하는 그녀. 이어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 예전 나처럼 집안에서 절망이란 친구와 함께 고통 속에 있는 장애인들이 많을 것이다. 시 쓰기를 원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시를 알려주고 싶고, 나아가 상담사가 돼 장애인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를 작성하면서 힘든 점은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 그럴 때는 휴식을 취하고 기도한다"고 운을 뗐고 "휠체어 없이 이동할 수 없어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많다보니 소재가 제한적인 면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몸이 불편해서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는 단점을 빼면 행복하다는 그녀. 창작과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고 시집을 출판하기까지 열정과 노력은 장애인을 넘어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따뜻한 세상에서 서로 안아줄 수 있는 온기와 격려가 있는 한 정자 씨의 시 쓰기는 계속 될 것이다.

나 다시 산다면

남해소망의집 정정자

나의 육신이 가을꽃이 되어
바람과 함께 춤추게 하소서.

나의 서글픈 한은
가을 낙엽 되어
불 태워지게 하소서.

나의 손발도
그 누군가를 도와주는
그런 손길이 되게 하소서.

나의 이 작은 생명이
쪽빛 가을 하늘빛이 되어

외로운 자에게 비추어
소망되게 하소서.

나의 이 작은 육신을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같이 되게 하소서.


전병권 기자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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