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산 올림푸스와 파묵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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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산 올림푸스와 파묵칼레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9.07 11:42
  • 호수 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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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꾹장의 좌충우돌 터키 여행기 7

지중해, 흑해, 에게해와 접해 있는 터키에서 해산물을 럭셔리하게 맛볼 것이라는 생각은 슬픈 상상으로 끝나버렸다. 본래 터키인들은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던 유목민이라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급스런 해산물 요리는 여행기간동안 한 번도 맛보지 못했다. 대신 넓고 풍요로운 대지가 주는 식재료로 만든 화려한 음식이 나의 침샘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나의 몹쓸 배탈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왕성한 식욕에 제동을 걸었고 불쌍한 장(腸)이 허락한 유일한 음식은 고등어 반마리가 든 케밥뿐이었다, 고등어를 굽는 구수한 냄새와 짭조롬한 바다냄새가 갯사람의 울렁거리는 뱃속을 진정시켜주었다.

아름다운 안탈리아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최고의 주신인 제우스가 살았다는 올림푸스산으로 향했다. 우리 일행은 산길을 7㎞쯤 올라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는데 제일 먼저 눈에 보인 것은 터키 국기와 나란히 서 있는 태극기였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에 태극기가 자랑스럽게 펄럭이는 뿌듯한 광경을 뒤로하고 나는 구름 위를 올라 올림푸스산 정상(2365m)에 도착했다.

올림푸스산은 고대 그리스시대와 로마시대를 거쳐 1300년대에 터키의 영토가 되었다. 올림푸스산은 시끄러운 인간사에 무관심한 듯 그리스 신들의 신성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세계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듯했다. 나는 신들의 산인 올림푸스 정상(2365m)에서의 벅찬 감동을 진정시키면서 인간이 사는 아랫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아랫 세상은 제우스신의 기상을 닮고 싶은 듯 거친 산맥들의 장엄함이 하늘과 맞닿을 기세로 뻗어있었으며, 지중해의 맑은 물은 마치 남해의 바다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품고 있는 듯했다. 나는 제우스신에게 남해 금산 산신님의 안부를 전하고 남해가 세계 제일의 문화관광 명소가 되길 간절히 소원하며 올림푸스산을 내려왔다. 마치 날개옷을 입은 선녀처럼 케이블카는 사뿐히 인간 세상으로 나를 안내해주었다. 

자연이 만든 최고의 선물이라 불리우는 파묵칼레


 

자연이 만든 최고의 선물이라 불리우는 파묵칼레

올림푸스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성스러운 도시 히에라폴리스와 파묵칼레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조금은 유치하지만 이번 터키여행은 요술램프에 몸을 숨겼다가 램프의 뚜껑을 열면 펼쳐지는 신나는 모험과 같은 여행이었다.  

BC(기원전) 130년에 건설된 히에라폴리스는 `성스러운 도시` 라는 뜻을 가졌으며, BC(기원전) 129년의 히에라폴리스는 로마인이 통치했다. 로마인들은 풍요로운 자원과 함께 아나톨리아인, 마케도니아인, 유대인들이 무역으로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고대 도시의 70%이상이 지진 또는 화산 폭발로 사라졌는데 국제도시로 번영을 누렸던 히에라폴리스도 AD(서기) 1354년 대지진에 의해 사라졌다가 533년 뒤인 1887년 독일 고고학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히에라폴리스에는 하드리아누스 로마황제가 기원전 2세기경에 만든 1만5000명 규모의 야외극장이 있으며, 이 지역의 온천수는 탁월한 치유력 덕분에 거대한 온천수 목욕탕과 수영장 등 다양한 온천 시설을 만들게 했다. 히에라폴리스의 파묵칼레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온천을 즐길 정도로 유명한 온천명소였다. 뿐만 아니라 몸이 아픈 사람들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많이 찾았다고 한다. 히에라폴리스는 비잔틴 시대에 그리스도교의 중심지로 발전하면서 성 필립보 순교기념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히에라폴리스는 안타깝게도 14세기에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다고한다. 단지 지진으로 인한 잔해들만이 히에라폴리스의 영화로웠던 과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히에라폴리스의 번영과 멸망을 지켜봤던 파묵칼레는 마치 남해의 아름다운 다랭이 논을 하얀 눈으로 곱게 덮고 천상에서 선녀가 옥빛 맑은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듯한 풍광으로 나의 눈을 놀라게 했다. 자연이 만든 최고의 선물인 파묵칼레와 신을 앙망하는 마음이 깃든 히에라폴리스를 바라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이 주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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