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상태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9.28 11:01
  • 호수 5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화
본지칼럼니스트
미송새마을금고 감사

송나라 문장가 소동파의 글에 구반문촉(毆槃燭)이란 말이 있다. 장님이 쟁반을 두드리고 초를 어루만져 본 것만 가지고 태양에 대해 말한다는 뜻이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이 다가 아닐 수 있어 섣부른 판단은 유보하고 덮어놓고 행동하는 믿음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익숙하고 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이 항상 이롭거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명백하지 않은 내용을 지레짐작 논하다보면 인격과 표현이 분리된 채 마음만 소란스러울 때가 더러 있다. 

연줄이 끊어지면 연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말에도 정신줄을 놓으면 개념과 의식은 헛된 감정에 휘둘려 실속 없이 공허만 남는다. 사람의 생각을 분해해서 전달하면 정제되지 못한 것들로 인해 듣는 사람의 인식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자리에 없는 사람을 대상에 두고 이야기 할 땐 조심스러워야 한다. 

사람을 마주 대하는 자리에는 적당한 긴장이 필요하다. 긴장은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밀고 당기는 힘이다. 옳고 그름을 구별하고 중심을 놓치지 않게 도와준다. 대화에 인간의 지성도 빠질 수 없다. 지성을 일컫기를 나를 제한하는 힘이라고 얘기한다. 주워 담을 수 없을 만큼 번지기 전에 중단시키는 힘이다. 

지성의 자리가 확보돼야 생각과 궁리의 균형이 생긴다. 긴장과 지성이 우리의 정신 근육을 이끌어 준다면 스스로 비상구를 폐쇄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내가 하는 생각이 옳다고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섣부른 판단은 유보하고
덮어놓고 행동하는 믿음은 경계해야 한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담아내려는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솔직한 언어가 제격이지만
도리어 침묵이 나을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생각의 대부분을 옳다고 느끼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인간이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있어도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하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생각하는 태도나 처지가 같을 수가 없다. 

말도 경험으로 얻어진 습관이다. 과거 경험이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면 그 경험도 크게 믿을 것이 못된다. 정답처럼 보였던 과거 경험도 현실에선 오답이 될 수 있다. 오답인 과거 경험을 현실의 정답 찾는데 끼워 맞추려 하는 것은 특정 범주로 귀속시키는 편견이며 자기도취다. 

그러고 보면 말에서 비롯되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의도보다 본질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말하는 사람의 의미전달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듣는 사람도 자극과 반응사이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것은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않는 일이다.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현상만 이야기하면 믿고 싶은 것만 골라 믿으려는 맹신과 다를 바 없다. 본질이 세상을 관조함으로서 얻어지는 대승적 견지라면 현상은 관찰함으로서 목격되는 다소 미시적인 것이다.
 
필자 역시 본질과 현상의 경계를 지혜롭게 구분하지 못한 적이 더러 있다. 쉽게 습득되는 눈앞의 관찰에 감각 기관이 먼저 작동했었지 깊이 관조하지 못한 서투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죽 보다 심층 깊은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느꼈던 때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내 눈에 보이는 것, 내가 들은 것이 결코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미처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담아내려는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전체와의 연관 속에서 대상을 두루 섭렵하는 융합적사고가 가능하다. 그러려면 이기적이고 나약한 베일을 걷어내어야 하고 지식의 깊이와 관점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상의 단면만 보고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는 공평하고 올바른 시선을 방해한다. 문명의 발전도 정신세계에서 오는 것이다. 
솔직한 언어가 제격이지만 도리어 침묵이 나을 때가 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