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길을 찾은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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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길을 찾은 선배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10.12 10:49
  • 호수 5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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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희망의 열쇠 전하다 강기태·최늘샘 씨 남해 중고생에 여행 강연
강기태 여행대학 총장이 남해 청소년들에게 소개한 세계 여행의 다양한 방법들.

9월 14일 남해고등학교와 물건중학교에서는 하동 출신 강기태 여행대학 총장이 자신이 했던 트랙터 여행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바로 전날인 13일에는 상주중학교에서 산청간디학교 출신 독립영화감독 최늘샘 씨가 자신이 찍은 여행다큐멘터리에 관해 강연을 했다. 이들이 남해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기태 총장과 최늘샘 감독은 여행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길에서 만난 이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들과 부대끼며 지혜를 터득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자연풍광 그리고 인간 사회의 다채로운 모습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낯설지만 지금 바로 여기에서의 삶이 진짜 삶임을 느낀다. 이 생생한 삶의 경험에서 자신의 내일이 좀더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4차 산업시대의 청소년과 학부모들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공부만이 능사가 아님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다. 

강기태 여행대학 총장은 10대 청소년들에게 앞으로 4, 5년 뒤 정말 자기 인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 즉 20대가 되면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대한민국 청춘들의 다양한 여행 형태를 간략히 소개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국토대장정으로 대표되는 도보여행이 있다. 자전거여행, 기차여행도 많이 한다. 그렇다면 이런 여행은 어떨까? 킥보드를 타고 국내 일주를 하고 내친김에 터키, 그리스 킥보드 일주까지 마친 두 여대생. 부산에서 배타고 일본 여행을 하고 강릉에서 배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여행하는 젊은이,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서 국내는 물론 일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여행하는 청년. 

돈도 시간도 없는 친구들은 이렇게도 여행한다. 부산 노포동 버스정류장에서 새벽 5시 반에 시내버스를 타고 17시간 46분 걸려 서울까지 가는 `짠내 물씬 풍기는` 기막힌 시내버스 여행. 쇼트트랙 복장으로 `동계올림픽은 평창에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외치며 전 세계를 여행한 젊은이. 

봉사활동을 하며 세계여행을 하는 여학생도 있다. 그녀는 5년 동안 25개국을 여행했는데, 예를 들어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그 주변을 여행하는 방식이다. 좋은 일 하며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1석3조의 특장점이 있다. 

캠퍼스 여행공모대회에 20번이나 당선되어 세계여행을 안방 드나들 듯이 하는 대학생,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여행하는 방식도 있다. 그런가 하면 달랑 26유로(약 3만원)만 들고 200여 일 동안 히치하이킹, 요리 해주기 등 온갖 기술을 구사하며 유럽을 무전 여행한 청년도 있다. 제주도 한 달 살기 같은 한 달에 한 도시 살기도 해볼 만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엄마와 딸이 함께 여행하기도 한다. 독도를 알리기 위해 전 세계를 오토바이 여행하는 독도 라이더들, 독도 레이서들도 있다. 이들은 짐칸에 사물놀이 악기를 싣고 `독도는 우리 땅`임을 알리며 공연도 한다. 

비빔밥유랑단은 비빔밥을 만들며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100회의 비빔밥 시식회를 열었다. 자동차 업체에서 버스를 협찬 받아 김치 요리만 하며 400일 동안 세계 여행을 하는 `김치버스` 여행 팀도 있다. 한번은 프랑스 에펠탑에서 비빔밥유랑단과 독도레이서들이 만나 합동공연을 하는 놀라운 일도 있었다고. 2000년에는 여대생이 인라인을 타고 유럽 여행을 했다. 심지어 유모차 여행도 한다. 

이렇듯 여행의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주머니 사정이 빈약해도, 어학 실력이 바닥이어도 일단 부딪치면 통하는 법이 있다는 게 많은 여행 선배들의 전언이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여행대학 등 여행 선배들의 조언을 얻어 계획을 짜보는 것도 좋다.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를 쓴 서진규 박사는 "인생은 네 마음껏 요리해봐라 하고 하늘이 준 기회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학력이 높은 사람보다는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시대, `다른 사람 눈에 내 일이 어떻게 비칠까`가 아니라 `나에게 과연 일이란 무엇일까`를 물어야 하는 지금, 여행하며 인생을 개척하는 이 선배들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열쇠 하나를 제공하는 셈이다.

시민기자 김수연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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