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와 아르테미스 신전
상태바
에페소와 아르테미스 신전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11.02 16:34
  • 호수 5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꾹장의 좌충우돌 터키 여행기 8
김미숙
남해문화원 사무국장

드디어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에게 해에 발을 담궜다. 하늘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집시여인의 치맛자락에 물든 노을의 끝자락이 아쉬운 듯 태양을 붙잡아 두었고, 청아하게 떠오르는 달의 단아함은 여행객의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바다 건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불현 듯 밀려오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나에게 선물했다.   

우리 일행은 에게 해에서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는 에페소로 향했다. 에페소는 아테네에 의해 기원전 7-6세기에 건립된 식민도시지만 상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 20만명이 사는 항구도시로 성장했다. 아르테미스 신전은 아마존 족의 신앙을 위해 지어진 것인데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의 명령으로 550년경에 증축됐다. 아르테미스 신전의 면적은 약 2만5000평방미터이며 120개의 거대한 대형 대리석 기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에페소의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테미스와는 달리 아나톨리아의 대지모신인 키벨레와 결합하면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유방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에페소는 고급스런 대리석 도로와 비버리힐즈와 같은 언덕 위의 부촌, 시장, 상점, 공중목욕탕, 분수와 광장, 유곽, 도서관, 대극장이 있고 대극장에서 항구를 잇는 항구대로가 길게 뻗어있어 고대도시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해안 도시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셀수스 도서관 옆 유곽 대리석 바닥에 여인의 모습과 발모양이 있고 동전모양의 홈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뜻이 "아름다운 여인을 보려면 동전(현금)을 가지고 발바닥이 표시하는 방향으로 오세요. 단 이 발자국 크기보다 큰 발을 가진 사람(성인)만 오세요" 라고 한다. 에페소의 문란한 성생활은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여성 입장에서 이 광고가 마냥 재미있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또 하나의 문화적 충격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길게 나열되어 있는 칸막이 없는 대리석 좌변기를 바라보며 로마인을 대신해 난감해졌다. 변기의 발치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데, 볼일을 보고 헝겊으로 만든 막대기에 물을 묻혀 공용으로 뒷일을 마무리했다고한다. 고귀한 귀족들은 방귀소리의 민망함을 없애기 위해 대리석 변기 앞에서 약사들이 연주를 하게 했는데, 연주하는 사람이나 앉아있는 사람이나 모두 민망했을 것 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리 로마시대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활발한 사교활동을 했다고 한다.  

에페소는 20여개의 문명이 탄생하고 몰락한 인류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에페소 아르테미스 신전과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대극장,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셀수스 도서관, 도미티안 신전, 여신 테티스와 메두사의 부조가 새겨진 하드리아누스 신전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거대한 건축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박물관 유리 전시관 안에 귀하게 있어야 할 유물들이 사방에 산재되어 있었고 심지어 야적장의 건축자재처럼 유물들이 아무렇게 쌓여 있었다. 현재 에페소 유물을 100년째 발굴하고 있는데 앞으로 300년을 더 발굴해야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 엽기적인 면은 있지만 나는 번영을 누렸던 에페소의 고대도시를 상상하고, 활기찬 로마인들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기원전 고대도시 에페소는 현대도시가 지향하는 다양한 면을 잘 갖추었으며 심지어 예술적인 면에서는 현대를 능가할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였다. 그러나 3세기 고트족이 남하하면서 약탈과 방화로 황폐화되었고, 인근 하천이 범람하여 토사가 도시를 침범했다. 이후 지각변동으로 해안선과 멀어지면서 항구도시의 기능을 잃게 되었고 계속되는 지진과 전염병으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도시 에페소는 영원히 인류에서 사라졌다.  

우리 일행은 고대 7대 불가사의 도시 에페소의 흥망성쇠를 셀수르 도서관 앞에서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터키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일정을 마무리 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