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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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다리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11.16 10:31
  • 호수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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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현숙
창선면

남해와 하동을 연결하는 연륙교 개통식을 내년 상반기로 앞두고 이웃 지자체 간에 교량 이름으로 인한 설전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주지하다시피 연륙교는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교량을 말한다. 도서 지역의 주민들이 겪는 심리적 고립감을 해소시키고 생활 편의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 바로 교량 연결 사업이다. 섬이 없거나 혹은 섬은 있어도 섬 주민이 없으면 당연히 연륙교도 없다. 만일 남해군이 무인도였다면 과거에 굳이 `남해대교`를 건설할 명분도 필요성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현재 신축 중인 교량은 대한민국 최고령 현수교인 `남해대교`의 노후화에 따른 보완책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두루 참작하여 건설되는 교량에 해당 지역 명을 차용하려는 것이 사리에 어긋나는 일인가. 교량·도로·항만과 같은 공공재는 효용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용자로 하여금 해당 지역을 즉시 상기시키는 이름이 적합하다.

연륙교 이름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몇 가지 경우수가 따른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과 가덕도동 눌차항을 잇는 `가덕대교`, 인천시 영종도와 인천시 내륙을 잇는 `영종대교`, 전남 여수시 남산동과 돌산읍을 잇는 `돌산대교`, 전남 고흥반도와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는 동일 지자체 내에 설치된 교량이다. 눈여겨 볼 점은 동일 지역 내의 섬과 내륙을 연결한 경우 섬 이름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한편 인천시 강화읍 갑곶리와 김포시 포내리 간의 `강화대교`, 인천시 강화군 인화리와 강화군 교동면 간의 `교동대교`, 목포시와 신안군 압해도 간의 `압해대교`, 전남 해남군 문내면과 진도군 군내면 간의 `진도대교`, 경남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와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 간의 `남해대교`는 타 시군구와 연결된 교량이다. 이 경우 또한 섬 이름을 차용했음을 알 수 있다. 부산 중구와 영도구를 잇는 `부산대교`,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인천대교`는 도시 이름을 부각시킨 사례다. 거제시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동을 잇는 `거가대교`나 전남 무안군과 신안군을 잇는 `김대중대교`처럼 예외적인 작명도 있다.

하동군이 교량이나 교량의 이름에 애착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교량 한 쪽이 하동 관할 지역에 걸쳐져 있는 상황에서 관심을 표출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노릇이다. 다만 적시하려는 사항이 있다. 하동군의 금성·진교·금남 3개면이 바다에 면해 있다 해서 하동이 섬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신설 교량 명칭의 결정권자는 남해군이다. 따라서 남해군이 `벚꽃대교`로 명명하건 `유자대교`로 명명하건 `타인지연 왈리왈시(他人之宴 曰梨曰)` 즉 남의 잔치에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식의 관여는 월권이다. 

하동군의 반박을 보면, 〈`창선·삼천포대교`를 `제2남해대교`로 관철시키지 못한 남해군이 최근 들어 연륙교에 섬의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 관례라 주장함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2003년 `창선·삼천포대교` 개통 당시 남해군이 독단적으로 `제2남해대교`를 관철시키지 못한 연유가 있다. 다리의 시작점이자 끝점을 떠받치는 섬들 가운데 창선도를 제외한 나머지 늑도·초양도·모개도가 모두 사천시에 부속된 섬이기 때문이다. 하동군이 제안한 `노량대교`나 `충무공대교` 역시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타 지역이 명칭을 선점해 사용 중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행여 역사적 영웅의 시호가 상업적인 목적에 재차 삼차 이용될 선례나 여지를 남기는 것이 달갑지 않다. 

오랜 세월 영·호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 하동은 남해군과는 조선 초 함께 하남현(河南縣)에 편입되었던 역사적 공통분모가 있다. 앞으로 하동에서 남해로, 남해에서 하동으로 신설 교량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게 하자. 이웃 간의 정도 돈독히 쌓아 나가자. 이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되지 말고, 두 지자체의 동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 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해에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삼천포나 하동을 뱃길로 다녀오려면 하루 품을 팔아야 했고, 밤중에 급한 환자라도 생기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거렸던 힘들고 서러운 시절이었다. 여타 섬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남해 사람에게 있어 다리가 던지는 의미는 뼈에 사무칠 만큼이다. 뭍으로 나아가는 출구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부디 뭍을 향한 그리움 같은, 고향집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 같은, 그 애잔한 이름을 앗아가지 말기를 당부한다. `제2남해대교`가 되었건 `제3남해대교`가 되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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