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가 졸고 있는 남변리 그 모퉁이에 가면
35년 된 도장방이 세월을 각인하고 있었다
반백에 돋보기 코에 걸친
초로의 사내가
급조된 도장을 사포에 문지르며
립스틱 같은 도장밥을 묻혀 세상을 찍는다
늘상 새로운 증명을 생산했지만
미처 자신의 존재는 증명하지 못했다
남이 퇴직금 탈 때나
직위만큼 손바닥만 한 도장은 잘도 팠지만
정작 자신의 막도장을 새로 파고 있다
수 없이 각인된 인생을 뒤로하고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방울
담 넘어 꽃 진 황매화같은 석양이
나뭇가지 태풍에 떨어지듯 창문에 비칠 때
조각칼에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이
각인된 낡은 세월만 하나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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