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품격이 사람의 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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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품격이 사람의 인격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11.16 12:12
  • 호수 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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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본지 칼럼니스트미송새마을금고 감사

세치 혀를 말하는 삼촌지설(三寸之舌)이나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것은 말과 글로 표현되는 언어의 영향력을 환유한 말이다. 언어는 인간의 감정에 공헌하는 활동이다. 사람을 끌어당기고 삶을 연결하는 관계 관리의 핵심도 언어다. 이를 조심해 사용하지만 중간 중간에 자기도 모르게 소홀하다. 요란한 셀프 마케팅보다 참되고 애틋한 마음을 담은 단백한 말과 글이 좋고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은 솔직한 언어가 제격이라 생각하지만 그도 참 어렵다. 

지난 10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행동경제학에서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행동경제학이 다소 생소하지만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견지에서 바라보고 그로 인한 결과를 규명하려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그가 주장한 넛지 효과는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 같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결정을 내리도록 정황이나 맥락을 지나치게 요구하지 않고 선택의 자유를 개인에게 더 많이 부여한다. 애써 설득시키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공감을 이끄는 힘이다. 말과 관련하여 저지른 실수를 생각하면 배우고 싶은 모습이다. 


언어는 인간의 감정에 공헌하는 활동이다. 헛된 감정에 휘둘려 굴절된 언어는 인간관계를 격리시킨다. 그러나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혀 관계를 회복하는 언어는 아픔도 길이 된다. 좋은 언어는 스스로 능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이해와 교감을 얻어낸다. 인간관계는 인격에서 나오고 인격은 언어의 품격에서 나온다. 언어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언어는 개인이 사용하는 것이지만 사회규범과 함께 만들어지고 다듬어진다. 규범을 통과한 말이 인간의 마음을 거치면서 헛된 감정에 휘둘려 굴절되면 비뚤어진 언어가 된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정의를 호도하는 언어는 노여움을 사거나 아픔을 남긴다. 어떤 언어는 심리적 고통을 만들고 가혹한 상처를 남겨 인간관계를 격리시키기도 한다. 왜 이토록 교만한 언어를 소유할까. 수요자 중심의 메시지 보다 공급자 중심의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교환관계에 있는 언어를 혼자 독차지해 가지는 물건처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격은 어떤 언어들로 채워야 하나. 아픔도 길이 되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상대방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혀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스스로 능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이해와 교감을 얻어내는 언어라야 한다. 

언어의 총량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론 침묵이 더 중요한 법이다. 부족한 입을 닫을 수 없으면 본성을 보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즘한 글은 헛것에 매달려 교만에 빠지기 때문이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말에도 예의를 갖춰야 하지만 예의만 담는다고 모두 품격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않게 일어난 우연성이나 감상적인 것이 아니라 달리 존재할 수 없는 필연성이거나 논리적인 것이라면 언어는 자세하고 꼼꼼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정연해야 하므로 다듬어진 언어적 수사가 따라 붙는다. 자명한 것의 개념 정립이 소홀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기분만 맞추는 것은 진실한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도 인격이 있듯이 언어에도 품격이 있다. 품격 있는 언어는 이미 우리 개인의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정제하여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사람의 행복은 인간관계에 달렸다. 인간관계는 인격에서 나오고 인격은 언어의 품격에서 나온다. 그저 바라 볼 수만 있어도 좋은 사람은 언어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 그는 언어를 독점하지 않고 새로운 사유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그래서 언어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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