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과 학생유치, 뭣이 중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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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양성과 학생유치, 뭣이 중한디?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7.12.21 10:12
  • 호수 5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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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육경비 직접지원 절실 하교와 지역 미래 달린 문제 교육경비 지원법에 '발목' 다수 지자체, 불이익 감내하며 학교 지원 강행

남해군이 군내 6개 고등학교 교무부장 교사들과 가진 교육사업 간담회에서 군내 상당수 고등학교들이 처한 존립 위기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6일 화전도서관 다목적홀에서 열린 교육사업 간담회는 남해군이 향토장학금사업으로 운영해오고 있는 화전학당 및 학생 해외연수에 대해 일선학교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해온데 대해 박영일 군수가 학교관계자들과의 토론을 통한 전반적 평가를 지시한데 따라 이뤄졌다.

간담회에는 류민현(남해제일고), 권성계(남해고), 이병희(남해해성고), 구자현(창선고), 이병열(경남해양과학고), 김혜경(남해정보산업고) 교사가 참석해 남해군의 공교육 지원사업 현황 설명을 듣고 학교별 의견을 말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남해군은 향토장학회 특별교육지원사업으로 남해화전학당(매주 금 19시~23시, 토 14~18시에 영어와 수학 중심으로 수업)을 연중 운영하고 있으며 입시설명회, 1대1 개인진학컨설팅, 명문대 탐방 등의 교육사업도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

제일고 류민현 교사는 남해군이 교육사업을 할 때는 일선학교의 의견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화전학당이 수능에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대학입시의 방향이 수능에서 수시모집으로 기울어 대학진학에 효과적이지는 않다며 화전학당 운영예산을 학교에 지원 해주면 더욱 알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해고 권성계 교사는 각종 정책의 교육평등성 위배를 꼬집었다. 수년전 정부가 공립고를 살리겠다고 군 단위 지자체당 한 곳씩 기숙형공립고를 선정해 수십억원 씩 편중 지원해 다른 학교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남해군이 운영하는 4억6000만원 규모의 화전학당과 2억8000만원 규모의 해외배낭여행도 일부 학생들에게만 지원돼 교육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특히 화전학당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도 장학금 받고 남해학숙에도 들어가는 등 다중지원을 받게 된다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교육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면 지역 학생들과 교사들의 환경적 열악함과 교통불편 해소, 안전 등을 위해 행정에서 야간 스쿨버스를 운영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으며, 면단위 초등학교가 다수 폐교된 역사를 되짚어 고등학교 간 시설 격차를 줄이는 지원이 시급히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해성고 이병희 교사는 영어과목보다 국어과목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며, 면접프로그램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가능하다면 장소를 마련해 매년 연말에 한달가량 면접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만나는 같은 학교 선생님이 면접을 지도하는 것보다 관내 다른 학교 교사 또는 인력풀과 연계해 전문성을 갖춘 타인이 지도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야간에 소규모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많은데 예산이 많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학교 존립이 위태롭다.
창선고 구자현 교사는 화전학당은 인재를 양성해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데 창선고는 정원을 채우는 문제가 심각해 힘이 빠지는 현실이다. 인재양성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있어야 교육활동이 이뤄진다며 학교들을 살리기 위해 남해군이 어찌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은 공부하게, 놀고 싶은 학생은 놀게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저마다 자존감을 높이며 미래를 밝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학교에 인제대 의대에 진학한 학생이 있는데 이 학생은 처음부터 수능등급 맞추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 수시 맞춤형으로 학교생활 모습만으로 의대에 진학했다. 현재 70~80% 수시로 뽑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사례가 확산될 테니 수능보다 수시 쪽으로 초점을 맞춰 전문가 컨설팅 등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고 김혜경 교사도 학생수급 문제의 어려움을 설파하며 외지학생 유치 등 학교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숙사 건립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보고는 7시 20분까지는 모든 일과를 다 마쳐야 읍에서 각자 면으로 가는 막차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자율학습을 시킬 수가 없다는 점도 덧붙이며 기숙사 건립이 어렵다면 야간자율학습 후 버스지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특성화고교로서의 활로를 찾기 위한 자구책으로 NCS기반 교육과정(지역산업 맞춤형 인재양성)을 도입해 지역산업기반에 맞춰 학과개편을 하려고 수년 전부터 추진해왔는데 학교 단독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함양의 경우 학교와 지자체가 함께 협의해 농업과를 신설하는 등 행정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수년전부터 계속 노력했지만 군수님과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며 학과개편에 있어 남해군의 어떤 특성화사업과 연계해 돌파구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해양과학고 이병열 교사는 특성화고의 교육은 양질의 취업이 주목적인 만큼 취업캠프에 대한 지원을 바란다. 경남 시군 다 돌아다니며 학생유치에 힘쓰지만 잡상인 취급을 당할 정도로 어려움 많다. 수산직공무원 특별채용 인원을 늘려주면 학생유치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주도라든가 전북 전남 충남은 수산계 특성화고 특별채용에 반드시 1~2명씩 수산직공무원을 뽑고 있다.

이날 참석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예산의 직접지원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권성계 교사는 남해고 1~2학년의 한 해 전체 보충수업비가 3400만원이라며 화전학당과 배낭여행에 드는 7억4000만원을 각 학교에 나눠주면 모든 학생들을 위한 알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해군 측은 당해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총액으로 지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 교육경비 보조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지자체의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규정을 들며 "우리도 방법을 강구하다가 향토장학회로 돌려 지원해봤지만 재차 감사 지적을 받다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야간 버스지원은 가능성이 보이니 추후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한편, 전국적으로는 70곳 이상의 지자체가 교육경비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 이 중 약 80%에 달하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교육격차 해소와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이 규정을 위반하고 패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여전히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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