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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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이모저모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12.21 12:01
  • 호수 5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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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본지 칼럼니스트

사람이 있는 곳에는 으레 사건·사고가 따르게 마련이다. 올 한해도 국내 안팎의 현장으로부터 전송된 뉴스를 접하며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지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좀 더 나아지고 웃을 일이 한 번이라도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려 한다.

사회지도층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요구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 기업인 빌 게이츠가 주식 6400만 주를 기부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화로 환산하면 5조를 훨씬 웃도는 거액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누리는 배경에는 도덕적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기업인들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편법 증여와 탈세를 일삼는 일부 기업인들의 왜곡된 윤리 의식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 

중국 산둥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폐암으로 부인이 사망하자 200만 위안(3억4000만 원)을 들여 시신을 냉동보관 처리했다. 해마다 5만 위안의 유지비용도 필요하다. 치료법이 조속히 개발되어 아내와 재회할 날만을 학수고대하는 이 남성의 바람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세계 뭇 여성들만은 그의 순애보를 지지하고 나설 듯하다. 수년 내에 캡슐형 초고속열차인 `하이퍼루프`가 아시아에 등장할 전망이다. 출발역과 도착역을 연결한 진공관 내부를 시속 1200㎞의 속도로 주행하도록 설계되었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설치된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궁화열차로 5시간 반 정도의 거리를 16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국내 정세가 심하게 요동친 한해였다. 조기 대선과 동시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고, 군사적 긴장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군사력과 투철한 안보 태세를 바탕으로 전쟁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불확실성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청년들의 고뇌도 여전했다. 대한민국을 기회의 땅이라 여기고 찾아온 외국인 청년근로자가 스스로 타국에서의 고단한 삶을 접는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이 시대의 청년들이 날개가 꺾인 채 좌절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만 하는가.

불우 아동을 돕겠다며 거둬들인 후원금을 외제차와 아파트 구입, 해외여행 등에 유용한 비영리 사단법인 관계자들이 구속되었다. 미성년 아동과 청소년을 유인하거나 납치한 뒤 죽음으로 몰아넣은 패륜적 범죄도 잇달았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남을 이 같은 인면수심의 범행에 대해서는 엄벌로 다스려야 함이 마땅하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원인을 찾아 사전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사후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늦여름 부산을 강타한 물 폭탄 때문에 기상청이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9월 11일 당일 오전까지도 예상 강수량을 50~100mm라 예보했지만, 오후 1시 평균 강수량은 220~350㎜를 기록했다.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을 제외한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려면 기상예보 시스템이 신속·정확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기상 오보가 발생하면 생업이나 인명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대당 550억 원을 호가하는 4대의 최첨단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오보가 잇따르는 이유가 궁금하다. 컴퓨터 데이터를 제대로 판독할 전문 인력을 충원하든 하여 `오보청`이라는 불명예를 씻어 내야 한다. 국민들은 이제 어르신들의 신경통 지수에 의존하는 후진국형 기상 관측에서 벗어나고 싶다. 

가정·사회·국가 모두 숱한 우여곡절을 참고 견디느라 힘든 한해였다. 공동체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삶의 양상들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 저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웬만한 뉴스거리로는 놀라워하지 않는다. 뉴스 속 주인공만큼이나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는 반증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가장 유능한 해결사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최상의 생존 기술은 힘든 시간을 잘 버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덧 한해의 끝자락을 지키는 우리 모두는 새해의 포부를 이야기할 자격이 충분하다. 삶이 존재하는 한 희망도 함께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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