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 양연호의 서브-3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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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 양연호의 서브-3 도전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12.21 12:06
  • 호수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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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연호
남해마라톤클럽 사무국장

11월의 문턱, 이산 저산 산마다 예쁜 단풍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산사로 모으고 또 사람들을 모으는 곳이 있다. 빌딩숲의 한복판 바로 서울 잠실 운동장이었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잔치인 서울 중앙마라톤대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여기 또한 각 클럽들의 유니폼 역시 각양각색의 단풍처럼 예뻐 보였다. 메이저급 대회인 만큼 마라톤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국경을 초월해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지에서 오고, 전국 8도에서도 오고 또 엘리트 세계 수준급 선수들은 케냐, 에티오피아, 페루, 기타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다. 

마라톤에 죽고 사는 2만 5000여명의 선수들과 그를 응원하는 가족들이 운집해 각자의 갈고 닦은 실력을 과시하며 세계 각국 엘리트선수는 상금의 유혹에, 매니아 선수는 기록의 유혹에 빠져 나름대로의 각자 목표에 방점을 찍기도 하는데 나 역시 그렇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꿈꾸는 서브-3 정복, 즉 2시간대로(2:59:59초) 100m을 25초 속도로 3시간을 계속 달리는 나와 기록과의 싸움이다. 항상 달릴 때마다 서브-3에 목표를 두고 달리지만, 마라톤 귀신들이 아니면 정말 어려운 기록인 것이다. 오늘은 "욕심을 내어보자" 그래 "달려보자" 하고 출발선 서서 달려 나가보지만 달리다 보면 그것이 내 맘대로 되지가 않는다. 대회전 날까지 프로그램에 따라 꾸준히 훈련하고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것은 기본,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간혹 달리는 중간에 무슨 이변이 생길지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3시간 초반대 기록의 실력이지만 달리는 도중에 배가 아프고, 용트림의 고통, 참고 또 참고 달리다가 화장실을 찾아 해소한 후 달리다 보면 4시간이 훌쩍 넘어서 골인 한 적도 있었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서 달리다가 앰블란스 신세를 진 경우도 있었다. 그날의 컨디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처절히 느끼는 나의 절규! 오늘 서울 중앙마라톤에서 만큼은 꼭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말리라 다짐했지만 1%가 역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은 아직 정상을 허락지 않는가 보다. 나는 A그룹에 1522번을 달고 젖먹던 힘까지 짜 내면서 3시간 페이스메이커를 30키로 지점까지는 기분 좋게 동반주 했는데 결국 서브-3 등정에 실패했다. 

그러나 또 하나 절반의 성공인 싱글을 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본다. 여기서 싱글은 1자리 숫자인 9분 이내 즉 3시간 09분 59초 까지 통과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A그룹에 속한다는 것은 전국에서 마라톤을 좀 한다는 매니아그룹, 전국 서열이 상위 1%인 2000~3000 등위는 될텐데, 수능으로 치면 SKY대는 무난히 합격할 정도 실력이라고나 할까.    

오늘로써 두 번째로 3시간 08분에 골인하였다. 이 싱글 돌파 성공은 과히 나쁘지 않은 기록이기도 하다. 곧 서브-3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징표, "고지가 바로 저긴데" 를 수백번되내이며 안타까운 무릎을 친다. 다가오는 겨울, 코칭스태프의 카리스마적인 지도로 강력한 동계훈련과 동장군 후려치기가 나의 마라톤 인생에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피하지 못할 고통이라면 즐기면서 잼나게 도전장을 던지고 대회장을 빠져 나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대한을 지나 꽃샘추위를 넘어서면 3월에 있을 서울 동아마라톤에서는 꼭 서브-3를 정복하리라! 나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떨치고 말리라! 명예전당에 입성하리라! 마침내 내 이름 석 자를 새기리라! 남마클 이름으로 힘차게 외치는 바이다. 나의 동반자 성진희와 함께라면 손기정이 있는 베르린도 서윤복이 있는 보스톤도 갈 수 있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 달리는 것인데, 정말 어려워 보인다. 갈수록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에게 또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각자의 건강을 위해 한 번 추천해 보고 싶은 운동이기도 하다.

요즘은 흔히들 100세 인생이라고 하지만, 그냥 100세가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건강을 지켜야만 행복한 인생, 즐거운 인생, 100세 인생을 누리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 운동합시다! 전국민이 건강해지는 그날까지 고 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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