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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밥 같은 사람이 되어라
남해타임즈 | 승인2017.12.21 16:30|(578호)
송영옥
본지 독자위원

화려한 가을 단풍이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이는 요즘,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잠깐 발을 멈추고 한 컷 찍으면 화보가 된다. 이렇게 예쁜 가을을 즐길 틈도 없이 지내는 학생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얘들아, 열심히 공부하여 모두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딸아, 교사가 되길 원하는 너를 응원한다. 엄마는 네가 밥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반찬가게 사장님이 왜 밥 같은 사람? 이렇게 의문이 들겠지.

이른 봄 아직 남은 추위 속에서 싹을 틔워 연초록 모가 되고, 여름 그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 들여 한 알 한 알 여물어 열매를 맺어 밥을 지으면 고소하고 맛있는 밥이 된다. 밥은 특별한 맛이 없다. 아니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맛이 강하지 않다.

언제나 다른 맛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특별히 강한 향이 있지 않아서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입 안 가득 밥을 넣고 반찬을 넣으면 오롯이 반찬 맛을 즐길 수가 있단다. 

내가 한 얘기는 아니고 지인이 알려준 거란다. 생각해보니 너무나 맞는 말이라 반찬을 만들 때마다 자꾸만 생각이 난다. 참 맞는 말이구나!

매콤하면서 아삭하게 갓 담군 배추김치도 맛나고, 또 한입 밥을 먹으면 지우개처럼 혀를 깔끔하게 지워 다음 반찬을 기다린다.

모두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아이들, 만나보면
저마다의 맛을 가진 아이들
그 색과 맛을 다 받아들일 수 있도록 너는 밥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해.


마른 고사리와 버섯을 넣고 들깨가루를 넣은 찜을 먹어보니 입 안 가득 가을 맛이다. 보드라운 아기 머리카락 같은 촉감에 이름마저 예쁘고 향까지 산뜻하여 한입 먹으면 바다향이 한가득인 파래에 보약보다 낫다는 가을무를 채 썰어 넣고 붉은 고추를 넣으니 한 폭의 그림 같아 눈도 호강이요 입도 호강이다. 그런 다음 또 한 숟가락 밥을 넣으니 다음 맛을 기다린다. 밥이 맛이 강했더라면 엄마가 좋아하는 당귀 맛을 알까? 너희들이 좋아하는 카레 맛을 알까? 

딸아, 형형색색 화려한 가을 산을 한번만 봐줄래?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딸. 나중에 꿈을 이뤄 아이들을 만나면 형형색색 가을 산 같지 않을까? 모두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아이들, 만나보면 저마다의 맛을 가진 아이들, 그 색과 맛을 다 받아들일 수 있도록 너는 밥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해.

어릴 적 네가 지었던 글짓기 속 선생님! 아이들을 기다려 줄줄 아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헸던 그 마음 아직 그대로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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