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마음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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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마음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모으자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1.18 11:46
  • 호수 5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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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재
본지 칼럼니스트
상주초 교사

밤새 소원은 나풀거리는 듯 북한산자락에 눈으로 내렸다. 1월 10일 아침 방송에서는 전날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비무장지대 공동경비구역(JSA) 내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무슨 속내를 가지고 왔을까? 지금까지 그들의 행동으로 미루어 회담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역시 북측 대표단은 회담 말미에 핵 문제에 대하여선 북미 간 대화이지 남북 간 대화가 아니라며 발끈했다. 정말 그들은 진실을 가슴에 담고 만남에 온 것일까? 진실이 건설적인 목적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평화가 더 소중하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하느님께서도 진실을 수정하신다는 말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서울을 벗어나 공동경비구역 내 판문점으로 향하는 길. 파리한 하늘의 태양은 열기를 내지 못하고 얼어붙은 임진강 얼음장 위 쌓인 눈과 벼 그루터기만 남은 들녘은 숨소리도 죽이고 있다. 

남방한계선 도라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비무장지대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개성공단과 남북출입관리소를 오가던 도로는 움직임을 볼 수 없고 개성들에서 불어오는 삭풍에 귀는 얼어붙는다. 그러나 북쪽을 바라보는 마음은 얼음장보다 더 시렵다. 

통일촌을 지나 남방한계선을 넘는다. 캠프 보니파스에서 신분확인과 공동경비구역 내에 주의사항을 듣고 제공하는 차량으로 판문점을 향한다. 왠지 더 긴장감이 몰려온다.

이동하는 동안 안내하는 경비대원의 설명이 있다. 캠프 보니파스의 이름은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이 저지른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에 희생된 미군대위 보니파스의 이름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공동경비구역 경비대에 근무하는 군인들의 구호는 `최전방에서(IN FRONT OF THEM ALL)`라 한다. 짧은 이동 거리지만 머릿속은 지난해 11월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의 숨 가쁜 탈출 장면 동영상이 떠오른다. 그 현장의 긴박했던 공기를 느낄 수 있을까?

드디어 평화의 집을 보며 자유의 집에서 내린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경비대원의 호위를 받으며 계단을 올라 군사분계선 사이 판문점을 향한다. 자유의 집 앞 판문점을 스치는 찬바람은 흩날리는 촉수 같은 머리카락에 잡혀 든다. 

판문점은 동서 800m 남북 400m를 아우르는 공동경비구역 내 있는 곳으로 경기도 장단군 진서면 널문리에 속한다. 건물은 남쪽 자유의 집과 북쪽 판문각 사이에 컨테이너 막사에 삼각형 지붕을 올려놓은 모습이다. 회담장 안으로 들어간다. 안은 중립지역으로 이동은 자유로우나 회담장 밖은 군사분계선이 있어 북쪽으로 갈 수 없다. 건물 바깥을 보니 가운데를 가로지는 폭 50㎝ 높이 5㎝의 시멘트 블록이 군사분계선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초라한 곳에서 서로의 이념대립으로 빚어진 6.25 한국전쟁 휴전 협상과 정전협정 위반 시 쌍방이 논쟁을 벌인 장소라니 믿기지 않는다. 

회담장을 나와 자유의 집 앞에서 자유를 향한 4분의 탈출이 있었던 쪽을 응시한다. 자유가 그리워 차량으로 72시간 다리를 내달려 군사분계선을 넘어 총격으로 쓰러진 북한 병사. 그가 그린 자유는 무엇이었을까? 다시 고개를 서쪽으로 돌리자 평화의 집이 보인다. 그 바로 옆에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사천강을 가로지르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있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 교환 장소로 한번 돌아서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에 붙여진 이름이다. 

공동경비구역에서의 짧은 시간을 뒤로 돌아서는 길. 지나는 바람은 자석에 붙어 나오는 녹슨 쇠붙이 같은 분단의 아픈 기억들을 끌어낸다. 월터 히치콕 전 미 공군 대령이 남긴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말이 바람에 날아오르는 연실처럼 팽팽하다. 이 공간을 흐르는 분위기는 어제도 그랬을 것이다. 

판문점을 뒤로 얼어붙은 겨울 하늘에 펄럭이는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를 보며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바람을 모아본다. 진실한 만남으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물꼬로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한 평화가 자리 잡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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