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의사가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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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의사가 될래요"
  • 전병권 기자
  • 승인 2018.03.08 14:23
  • 호수 5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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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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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권 기자의 발아현미경 │ 남해제일고등학교 3학년 이현강 군

꽃피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방학이 끝나면 고등학교 3학년을 지낸 학생들은 대체로 취업을 하거나 대학교 캠퍼스를 거닐게 된다. 지난 입시를 통해 같은 대학교 의예과를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다. 평소 봉사와 여러 활동으로 주위 칭찬이 자자한 우선예약 의사 제일고 3학년 이현강 군과 창선고 3학년 이정수 양이 그 주인공. 이들이 꿈꾸는 의사의 모습은 어떨까? <편집자 주>

 

제일고등학교 3학년 이현강 군.

"친숙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의사가 될래요"

마음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희망


책과 할아버지
이현강 군이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유년시절과 할아버지의 교육관이 영향을 미쳤다. 예전 읍 사거리 근처에 위치한 해양당 서점을 운영하던 현강 군의 할아버지인 이정환 씨와 함께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강 군은 "유년시절을 돌이켜보면 책을 가까이 하고 살았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지식습득과 이해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할아버지에 대해 "제게 남을 돕는 것에 대한 신념을 심어주셨다"며 "사람은 지켜야 할 것이 있고 나서야 할 때와 자존심을 세워야 할 곳이 있다. 불의를 보면 참으면 안 되고 남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 그런 순간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남아 있다"고 말하며 할아버지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상담선생님을 꿈꾸던 소년
현강 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인문계열을 선택해 공부하다 2학년 때는 자연계열로 전과를 결심했다. 그 계기는 학교폭력과 왕따를 당하던 학생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였다.

현강 군은 "중학교 때 학교폭력과 왕따 피해자 친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피해자 친구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고 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담선생님을 꿈꿨다"고 말했다.

학교폭력과 왕따 현상을 놓고 볼 때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크게 세 가지 입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치유하고 돕는 역할을 자처한 이유를 물었다. 현강 군은 "학교생활을 하면 늘 사각지대에 놓이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강 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좀 더 넓은 사회문제를 인식하며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이에 더 많은 피해자가 있고 외상보다 더 깊이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과 의사를 다짐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다짐이 꽃피다

밤낮으로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 현강 군은 경상대학교 의예과를 우수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고 인제대학교 의예과에도 합격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현강 군은 "현실적으로 의대를 가기 위해공부는 물론 내신관리에도 부단히 노력했다. 많은 과정 중 하나가 많은 동아리 활동이다. 2015년에는 남해시대 학생기자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고 과학, 병원견학 동아리 등을 만들고 열심히 활동했다"고 말했다.

또한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강 군은 "표현력, 문장력, 논리력, 이해력 모두 국어로부터 시작된다. 단적으로, 인성이 정말 좋고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성실한 삶을 사는 사람이어도 면접이나 이를 알려야할 상황에 놓였을 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하는 순간에 놓치고 만다"고 말했다.

친숙한 옆집 아저씨를 꿈꾸며
국어를 중요시 하는 현강 군은 환자들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영어나 한자, 외래어 등을 쓰기보다 환자의 연령이나 이해수준에 맞는 말로 진료를 하고 싶다고. 현강 군은 "정보비대칭시대가 심해지는 이때 진료하는 순간은 친숙하고 옆집 아저씨 같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현강 군은 권위주의를 탈피한 의사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창선고등학교 3학년 이정수 양.

"생명 구하는 최전선에 서고 싶어요"

드라마 골든타임 통해 의사 꿈꿔


골든타임과 직결된 `의사`라는 진로
골든타임이란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지칭한다. 흔히 환자를 살리기 위해 지켜야하는 시간 개념으로 의사들에게 많이 해당되는 개념이다.

이정수 양의 운명이었을까. 정수 양은 중학교 1학년(2012년) 당시에 방영하던 화제의 드라마 <골든타임>을 보고 의사를 꿈꾸게 됐다. 정수 양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 이렇게 멋있는 일인지 몰랐다. 저도 꼭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드라마 자체를 동경한 것인지 드라마에서 표현된 의사를 동경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생명을 구하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한 소녀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인제대 의예과를 택한 이유
여러 학교를 합격했지만 정수 양이 인제대 의예과를 선택한 이유는 독특하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정수 양은 "골든타임의 촬영지가 인제대학교 백병원이다. 그래서 부산이나 김해를 지나칠 일이 있으면 그곳에 들렀고 사진도 찍었다. 의사를 희망하게 된 큰 영향을 준 곳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들을 포기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랑스러운 선배가 되다
정수 양은 의대를 진학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공부와 내신은 당연히 열심히 했고 다른 이유는 꾸준한 봉사활동"이라고 말했다. 평소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관심이 많은 정수 양은 2015년 3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달에 두 번씩은 창선노인요양원을 방문해 봉사를 펼쳤다.

오는 3월 진학을 위해 김해로 떠나게 되는  정수 양은 "평소 어르신들을 좋아했고 처음은 의무감으로 시작한 봉사였다. 그래서 작은 청소부터 시작했고 꾸준히 하다 보니 저를 알아봐주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다. 이에 친손녀처럼 어르신들을 대하기 시작했고 그 기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수 양은 3년 동안 청소와 빨래는 물론이고 어르신들과 말동무와 식사, 목욕도우미 등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우수 봉사자가 됐다.

또한 생활기록부와 내신을 준비할 때 선생님들이 말씀하신 내용을 하나하나 빼먹지 않고 기록하고 복기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비법을 전했다.

특히 정수 양의 의대 합격은 본인과 가족, 지인을 비롯한 그녀의 모교인 창선고에도 큰 기쁨을 선사했다. 창선고 입장에서는 약 20년 만에 배출한 의대 합격생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 구체적인 과를 결정하지 않은 정수 양이지만 그녀의 의견은 확고하다.

"생명의 최전선에서 돌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가장 먼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외과, 내과 등 생명과 직결되는 전문의도 고민 중"이라고 말하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서 만큼은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결심을 한 이유에 대해 정수 양은 "의사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 외과는 수술도 많고 때때로 끔찍한 장면들을 봐야하는 수고가 많기 때문에 다른 과와 비교하면 종사자 숫자가 비교적 적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누군가 해야 한다. 저조차도 하지 않으면 귀중한 생명을 점점 잃어가기에, 미약하지만 저라도 어려운 길을 생각하고 있다"고 당차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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