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대, 목민관을 생각하는 이유
상태바
지금 시대, 목민관을 생각하는 이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3.08 14:49
  • 호수 5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정 화
본지 칼럼니스트

목민심서가 저술된 지 200주년이다. 준비가 덜 됐으면 가지 말아야 하고, 가고자 한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스스로를 살피지 않고 자리만 탐하는 이상 목민관의 꽃은 피어날 수 없다. 목민관의 덕목을 안다면 시대를 아파하는 양심도 있을 것이다. "다른 벼슬은 구해도 목민관의 자리는 구해서는 안 된다"는 다산의 오묘함이 가없이 느껴짐은 혼자만의 생각인가.

목민심서가 1818년 저술되었으니 올해로 200주년을 맞는다. 책의 서문에는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할 바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은 백성을 기른다 하여 목민(牧民)이라 했다. 목민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을까봐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해서 `심서(心書)`라 했다. 힘없고 약한 백성을 양떼처럼 돌봐야 하는 수령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하는 교훈이다.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곧 목민하는 것을 인식한다면 지도자의 자리가 더할 수 없이 중대하며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가를 알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선출직 자리에 앉아 있고 지금 그 자리에 가려고 준비하는 이들도 많다. 지도자나 정치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 구성원이나 백성이다. 시민을 두려워하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우선 내가 앉아 있는 자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새겨보고 또 새겨봐야 한다. 준비가 덜 됐으면 가지 말아야 하고, 가고자 한다면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이롭게 하는 일이고 나아가 조직과 사회를 위하는 것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자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느 하나 모두가 높고 무거운 자리이다. 자리가 주는 책무나 역할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준비되지 않은 채 욕심만 가지고 가는 것은 궁극적으로 조직에 피해를 입히고 시민에게 누가 되는 일이다.

가고 싶은 자리를 두고 나를 먼저 분별하는 것이 자기 책임의 역할이고 목민관의 정신이다. 목민관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이유는 지도자의 높은 위엄이나 기품은 개인을 아름답게 하고 그의 리더십은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사람을 평가할만한 철학이나 소양도 없을 뿐더러 능력과 의지도 미약한데 많이 외람되다. 하지만 가능치 않으면 스스로 응하지 말아야 하고, 자리에 가고 싶으면 미리 배워두고 익혀 두어야 하고, 준비가 덜 됐으면 다음 기회를 생각하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것임은 안다.

아무나 지도자가 될 수 없는 노릇이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아니 된다. 지도자는 높은 식견과 혜안을 가지고 집단의 통일성과 우월적 가치를 생성하고 유지시켜 나가야 한다. 귀동냥을 통해 얻은 것을 과시하기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적 통찰을 통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올바름`에 대한 성찰로 극복하려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지도자가 가지는 배움의 반이 수양이고 나머지 반은 목민이라고 했다. 목민관이 가져야 할 덕목을 안다면 시대를 아파하는 양심도 있을 것이다. 길게 보고 멀리가야지 제 눈앞만 살펴 먼일을 놓친대서야 되겠는가.

고대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의 경구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국민들에게 큰 징벌을 내리는데 그것은 국민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지배자가 되고 그 사람의 지배를 받는 불행을 가져 온다"고 경고했다.

목민관을 생각하면 스스로가 기준에 맞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스스로를 살피지 않으면서 자리만 탐내는 이들이 있는 이상 우리시대 목민관의 꽃은 피어날 수 없다.
"다른 벼슬은 구해도 되지만 목민관의 자리는 구해서는 안 된다"는 다산의 오묘함이 가없이 느껴짐은 필자만의 생각인가.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