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산업의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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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산업의 득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3.08 16:58
  • 호수 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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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바야흐로 `축제 전성시대`라 해도 좋은 것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축제 행사 한두 개쯤 운영하지 않는 곳이 드물다. 지자체의 이런 적극성은 관광 산업을 육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런데 현재 각지에서 시행 중인 축제 현황을 보면, 천편일률적 판박이식의 축제 명칭에서부터 식상감이 느껴지고 테마나 콘텐츠 또한 독창성이 부족한 듯하다. 이는 사업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축제의 홍수 속에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단순히 이벤트성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에게 신선한 감동과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축제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일부 상인들의 그릇된 상혼 역시 근절되어야 한다. 

내친 김에 축제 명칭을 살펴보자. 꽃과 관련하여 벚꽃·산수유·개나리·진달래·유채꽃·홍도화·장미·수선화·튤립·연꽃·구절초·꽃무릇·할미꽃·메밀꽃·국화·코스모스 축제가 있다. 과일과 관련하여 포도·사과·단감·자두·무화과·딸기·복숭아·배·수박·참외·멜론 축제가 있다. 식물이나 식품과 관련하여 마늘·고사리·녹차·허브·양파·토마토·한방약초·인삼·묘목·고로쇠·산나물·장류·치즈·김치·생강·막걸리 축제가 있다. 물고기와 관련된 송어·산천어·빙어·주꾸미·은어·고래·민물고기·붕장어·멸치 축제, 곤충과 관련된 반딧불·나비 축제, 동물과 관련된 한우·돼지고기·숯불고기 축제에 이어 지평선·신비의 바닷길·도자기·모래·해변·바다·달집태우기·머드·보석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빛 관련 축제로는 별빛·별빛나라·별빛놀이·달빛놀이·달빛·불빛·해넘이·해맞이·빛·일루미아·일루미네이션·불꽃·유등·들불 축제를 꼽을 수 있다. 계절을 테마로 하는 크리스마스 페스티벌·크리스마스 판타지·얼음분수·눈꽃·얼음·얼음꽃·얼음트레킹·윈터·동장군 축제도 있다. 이 밖에도 많은 축제가 있지만 지면 제약상 모두 언급할 수 없음은 유감이다.

관광 산업이 유독 각광을 받는 데는 자연 환경이나 지역 특산물과 같은 지역 특화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초기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제조업에 비해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지식이나 기술 없이 사전 준비마저 미흡한 상태에서 섣불리 뛰어들다가는 결말이 뻔하다. 예를 들면 관광 상품의 하나인 케이블카 등 위락 시설을 설치하였으나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탓에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관광 산업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견인차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업 시행에 앞서 신중한 판단과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업의 로드맵을 작성할 때 타 지자체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시행착오를 줄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한편 관광 산업으로 성공을 거둔 지자체들은 공통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국내 관광 1번지 제주도는 그동안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해저터널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도 관광객 폭증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관광 도시로 급부상한 여수의 상황도 비슷하다. 생활상의 불편이 증가함에 따라 주민들의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해외 주요 관광국들에서도 나타난다. 관광객의 급증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써 방문객 숫자를 제한하거나 관광세를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베니스 시민들이 크루즈 관광객이 싫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역 경제의 활성화만을 꿈꾼 채 지불해야 할 대가는 간과한 결과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국내외 유명 관광지가 당면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지역의 관광지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파괴되면 원상복구가 어려운 자연환경의 훼손, 부동산 가격과 물가 상승, 쓰레기 발생에 의한 환경오염 가속화,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 주말과 행락철의 교통 체증과 불법 주차, 교통사고와 범죄 증가 등의 피해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민 생활에 부정적 영향이 큰 사업은 수익성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시 말해 관광 사업의 우선적 고려 사항은 관광객의 발길을 붙드는 전략이 아니라 지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되어야 할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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