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최초의 특성화중학교로 거듭난 상주중학교가 2016년 3월 1기 신입생을 맞이한 이후 올해 30명의 신입생을 맞아 전교생 90명에 달하는 위풍당당한 자태 뽐냈다. 한 때 학생 수가 적어 폐교위기에 처했던 모습은 눈 녹듯 사라졌다.
늘어난 학생만큼 교실을 더 만들기 위해 환경개선 공사를 하던 중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했고 최하를 뜻하는 E등급을 받게 됐다. 이로써 순항하던 상주중학교가 폐교위기 이후 다시 한 번 암초를 만나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주교육공동체는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 지금까지 진행상황을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상주중학교(교장 여태전)는 지난 2월 21일 정밀안전진단 E등급을 받은 이후, `상주중 임시교사 확보 및 본관 신축을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종수·이하 위원회)`를 구성해 <남해 상주중학교 본관 사용중지에 따른 청원서>라는 제목으로 경상남도 박종훈 교육감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다.
위원회와 박종훈 교육감 면담
이후 위원회와 학부모, 여태전 교장 등은 박 교육감을 만나 2330명의 청원이 담긴 서명부를 전달했고 도교육청의 구체적인 계획을 질의했다. 이에 도교육청 담당주무과장은 도교육청과 교육부의 재난위험시설 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임시교사(校舍: 학교건물) 설치가 가능하고 시기는 5~6월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박 교육감이 재난위험시설을 즉각적으로 방문하지 않았던 부분과 절차와 규정만을 따지며 시급히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지적했고, 다른 지역사례(용인원삼중학교)를 발표하며 교육청의 절차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후 긴 논의 끝에 박 교육감은 이번 사태를 책임질 것을 약속하고 도교육청 재난위험시설심의위원회에서도 E등급을 받을 경우, 즉시 임시교사 확보를 위한 발주에 착수하기로 협의했다. 임시교사 수량에 대해 위원회는 다른 지역사례를 들어 13개를 주장했고, 박 교육감은 6개를 우선배치하고 부족한 부분은 추후 발주하는 방안을 주장해 이는 추후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 요구(안)
지난 20일 대책위원회는 상주중 본관 교사 E등급 판정에 따른 요구(안)을 크게 4가지로 발표했다. △교직원인 임시시설이 부족해 아직까지 본관 교사동에 근무하고 있으니 보강공사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교과과정을 진행하고 있어 친환경적인 대체교사를 확보해야 한다. △기존 본관이 협소해 도서관과 상담실, 휴게실 등이 없어 임시교사 공간은 현재 본관 교사실수와 같은 13개가 확보돼야 한다. △신속한 본관교사동 공사에 착수하기 위해 같은 사례(용인원삼중학교)와 같이 신축공사비 예산확보에 앞서 철거·신축설계비를 위한 긴급 예비비를 책정해야 한다.
박종훈 교육감 상주중 방문
박 교육감은 지난 26일 상주중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과 짧은 대담을 나눴다.
여 교장은 "현재는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학교재단에서 5억원으로 대체교사를 마련하고 설계비까지 우선투자할 예정이다. 빠른 시일 내 추경예산으로 철거비와 개축비가 나올 수 있도록 바란다. 만약 부족하다면 예비비를 사용해서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 만들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박 교육감은 "재단에서 우선 지원해줘서 도교육청에서도 이 일을 해결하는데 큰 마중물이 된다.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도교육청 담당주무과장은 "지난 20일 도교육청 재난심의회에서도 정밀안전진단 결과와 마찬가지로 E등급 판정을 받았다. 시급한 이 상황을 교육부에 조속히 보고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박 교육감은 "임시교사를 발주하고 시설 개축을 12학급 정도 규모로 진행 할 것"이라며 "9월이 돼야 추경예산 확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차질이 생긴다면 예비비를 사용해도 된다. 빠른 시간 안에 해결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교육감은 앞으로 남아 있는 과제인 교육부 중앙재난안전등급 심사에 대해 "설계만 6개월 정도 예상되고 시급한 상황이라 무난히 승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교사에서 생활하는 동안 불편하겠지만 학생과 교직원분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담을 마치고 난 뒤 이종수 위원장은 "학교재단에서 5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우선 집행하는 것은 다행"이라며 "이 문제는 아이들은 물론 교직원들이 위험에 노출된 상황으로 긴급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교육청심의회가 열리기 전에 우선, 선 사례들을 참고해 미리 임시교사를 확보하지 못한 초기 대응이 아쉬웠다"고 평했다. 끝으로 "임시교사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이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길
여 교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한 칼럼을 작성했다. 그는 마지막 문단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고 난 뒤 우리는 거의 재난에 준하는 비상사태로 일상을 살고 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분명히 이번 시련을 통해 우리는 더 크게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변화와 혁신의 걸림돌은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일상의 `관행`이다. 시스템에 갇히면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의 `벽`을 만난다. 성찰과 공감을 주창하는 우리 경남교육은 이 벽 앞에서 `담쟁이`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야 한다. 우리의 존재 이유를 한순간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잡고 위기를 더 큰 배움과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