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때 응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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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때 응답한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18.04.19 10:19
  • 호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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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시대 화제의 인물 | 정기영 청소년 대안교육 전문가
현재 대안학교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주중학교 학생들은 고등학교 예정지를 결정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에 남해군 내 보물섬고등학교가 설립 여부가 화두다. 대안교육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과 실제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14년 넘게 청소년들과 동고동락한 청소년·대안교육 전문가 정기영(45·이동면 석평) 씨를 만났다. <편집자 주>

 

들꽃피는 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청소년들과 함께한 기영(오른쪽 세 번째) 씨.

정기영 교사, 14년 넘게 청소년과 함께해

낮에는 대안학교 선생님 밤에는 그룹 홈 생활교사

 낮에는 대안학교 교사로 밤에는 그룹홈 생활교사로 시작해 14년 넘게 청소년과 함께 생활한 기영 씨는 청소년 전문가다. 기영 씨는 2000년 초반, 안산시 소재 들꽃피는 학교에서 처음 위기·방임청소년을 만났다. 특히 안산시는 공단지역이라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비롯한 부모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적게는 9살 나이의 아이부터 10대 청소년들을 20살이 될 때까지 함께한 기영 씨는 수십, 수백명의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대안학교와 그룹홈에서 마저 적응 못하고 떠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고자 고군분투 할 때와 한 때의 지독한 사춘기 방황을 마치고 꿈을 찾아 각자의 길로 떠나 자립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웃으며 말하는 기영 씨다.
 
왜 대안학교 길을 걸었을까

기영 씨는 남해군에서도 아이들을 지도했다. 사진은 2017년 8월 9일 열린 남해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

 그녀는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안정적인 의류회사를 다녔지만 늘 마음속에 공허함이 있었다고 한다. 기영 씨는 "제가 10대 때 교회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사랑의 영향으로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일을 해 보고자 하는 꿈을 키워가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이후 대학교에서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졸업해 교사 자격도 획득했다. 이어 들꽃피는 학교에서 50만원의 수습기간 월급을 받으며 그룹홈을 시작하게 됐고 대안학교가 제도화되기 전부터 차츰차츰 경력을 쌓으며 지금의 남편도 만나 부부 생활교사로 같은 기관에서 함께 일했다.

 기영 씨가 남해로 오게 된 계기는 1년에 한번 씩 남해로 오게 되면서 느낀 아름다움에 기영 씨 아버지가 있는 이동면 난음마을로 남편이 먼저 2015년 오게 됐다.
 
대안학교, 문제아들의 집합소가 아니다

 기영 씨에 따르면 대안학교마다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학교로 나뉜다.

 대상별로 살펴보면 특정 돌봄 대상이 될 수 있는 △빈곤가정 청소년, 다문화, 탈북 청소년, 미혼모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정규 학교의 시스템과 교육과정이 맞지 않거나 소신 있는 진로 계획을 위해 등교 거부를 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부모의 남다른 교육방향과 철학으로 지원해 다닐 수 있는 대안학교들이 있다. 

 또한 제도권별로 특성화 대안학교, 위탁형 대안학교, 비인가 대안학교 등으로 구분한다. 규모별로는 도시형 대안학교(통학), 기숙형 대안학교 등으로도 구분한다.

 즉, 대안학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조건 정규학교에 적응 못하는 문제아들만이 다니는 학교라는 편협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문제 어른이 있을 뿐이다

 문제아라고 불리는 청소년부터 학교 밖 청소년까지 일탈, 탈선, 범죄 등 여러 사연을 담은 10대 아이들을 지도하고 경험한 베테랑 기영 씨.

 기영 씨는 문제 아이를 지적하기 전에 살펴볼 것이 우리 사회에 있는 `부모`라고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해체 가정 청소년의 경우 `가장의 실직(경제적 어려움)을 경험→자존감 하락→무기력 혹은 여러 종류의 중독(알코올, 게임 등)→부모 중 한 명이 가출→남은 한 사람이 가정을 돌봄(혹은 친척에게 맡겨지는 자녀)→사춘기를 맞은 아이→문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궤도 속에서 가정이 온전치 못하면 이러한 현상은 계속 된다.

 또 미성년자 부모→태어난 아이는 버려지거나 조손가정, 친척 가정에 맡겨지는 경우도 있다.
 즉 문제 아이들의 행동만을 나무라기 전에 부모의 역할이, 친인척 등의 그 외 보호자들이, 사회가 아이의 안정적 환경을 위해 오히려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어야 한다고 당부하는 기영 씨.
 
보물섬 고등학교에 대한 생각은

 앞의 설명과 함께 기영 씨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고 대안학교를 다니면 모두 문제아`인지 다시 생각해야 된다"며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다닐 수도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도 문제행동을 바로 잡아 줄 길잡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며 "혹 우리 가족 중, 친인척, 지인들의 자녀들 중 주변에 속 썩히는 청소년들은 단 한명도 없는가? 지역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거부만 하고 방치만 한다면 그들은 성인이 돼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 이는 더 큰 사회적 비용과 선의의 피해자들이 증가하게 되는 우리에게 돌아올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지역을 넘어 모든 청소년들은 배척의 대상이 아닌 어른들이 품어야 할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꿈은

 기영 씨는 교육의 중요성을 3가지로 말했다. `나답게(존재가치의 소중함)`, `당당하게(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따뜻하게(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공동체성)` 이 세 가지를 담아 자신이 잘하는 교육으로 세상에 풀어내고 싶다고.

 기영 씨는 "청소년은 가정상황이 어떠하든,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알아 줄 때 응답한다"며 "대안학교라고 명명할 수는 없지만 교육이 지니는 3가지를 바탕으로 교육공간을 남해 지역에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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