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칠할 때마다 오묘해지는 빛, 인생을 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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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할 때마다 오묘해지는 빛, 인생을 닮았네요"
  • 김수연 시민기자
  • 승인 2018.04.19 14:31
  • 호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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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현미술관 운영 그림동아리 `모네의 화실` 지역주민 18명 매주 만나 예술적 재능 꽃피워
`모네의 화실`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길현미술관 작업실에 모여 그림을 그린다. 동호인 모임이지만 매년 전시회도 열고 있다.

남해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하늘과 바다와 그 안에 흩어져 있는 섬들이 한 폭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일몰이나 일출 때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에트르타 절벽의 일몰>이나 <해돋이, 인상> 같은 회화 작품이 연상된다.

그래서일까. 남해에는 모네처럼 전원 풍경과 정물을 유화로 주로 그리는 그림 동아리 `모네의 화실`(회장 이인성)이 있다. 이동면 화계마을 길현미술관(관장 길현수)에서 활동하는 `모네의 화실`을 방문했다.

`모네의 화실`은 길현미술관 주변 지역주민들의 그림 동아리이다. 2014년에 시작해 현재 18명의 회원이 매주 수요일, 금요일 저녁에 모여 그림을 그린다. 2015년부터 매년 정기전도 열고 있다. 퇴역 군인, 현직 교사, 빵집 사장, 식당 사장, 귀농인 등 직업도 살아온 내력도 다르지만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린다는 동질감으로 이들은 매주 만난다.

수요일 저녁 6시 무렵, 화실 회원들이 길현미술관 작업실 안으로 모여들었다. 금세 따뜻한 차가 끓여지고 빵과 과일이 널찍한 접시에 수북이 쌓인다. 먼저 온 이들은 반갑게 안부를 묻고 퇴근 뒤에 부랴부랴 달려온 이는 뜨거운 차를 불어 마시며 한숨을 돌린다. 두런두런 오가는 이야기들이 정겹다. 누군가는 배 타는 동아리 언니를 걱정하고, 누군가는 진딧물 생긴 고추 모종에는 막걸리를 부어주면 효과가 있다는 농사 이야기도 한다.

동아리 회원 중 남자는 단 두 명인데 김수복 씨와 김정남 씨는 그림 그리러 올 때면 서로를 챙기게 된다며 반갑게 웃는다. 현직에서 은퇴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두 사람은 그림으로 인생의 색다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2기 회장을 지냈다는 김수복 씨는 유화의 매력에 빠져 있다. "유화는 얼마든지 덧칠을 할 수 있으니 다른 장르에 비해 색을 깊고 풍부하게 낼 수 있어요. 여러 색깔을 덧칠해서 새롭고 오묘한 색깔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한마디로 긴긴 인생 같달까요"

잠시나마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차를 마신 뒤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저마다 캔버스 앞에 앉아 꽃과 길과 전원 풍경을 자기만의 화폭에 담아낸다.

전문가나 직업 화가는 아니지만 늦은 밤 그림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들이야말로 인생의 맛과 멋을 제대로 찾아가는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네의 그림 풍경 같은 남해의 어느 마을에서, 그들은 밤늦도록 조용히 생활 속 예술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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