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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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언론인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4.19 15:05
  • 호수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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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중요성이나 영향력을 강조한 표현 가운데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명구가 있다. 언론인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애칭 속에도 언론의 사명이 내포되어 있다. 언론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한 이 같은 평가는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언론이 수행할 핵심적 기능과 역할은 정확한 사실 보도다. 대중은 일반적으로 언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사회 문제를 인식한다. 따라서 언론은 사회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사건이나 현상을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독자나 시청자에게 전달함으로써 대중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를 갖는다. 흥미 본위의 저급한 황색 언론(yellow journalism)과 가짜 뉴스가 판치는 현실에서 언론 기관의 생명이 공신력에 있음도 자명하다.

`直筆也 人誅之 曲筆也 天誅之`. 직역하면 `직필은 사람이 죽이고, 곡필은 하늘이 죽인다.`이나, `직필하면 권력의 탄압을 받고, 곡필하면 하늘의 심판을 받는다`로 풀이해도 무방하다. `사람에게서 시련을 당할지언정 하늘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언론의 올곧은 정신이 담겨 있다. 직필은 그 어떤 외부 압력과도 타협하지 않고 사실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며, 곡필은 사실을 감추고 거짓을 기록하는 것이다.

위의 문장은 `위우런(于右任)`이라는 중국 언론인에게서 유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원문과 달리 `人洙之 天洙之`로 자주 회자되는데 `洙`와 '
诛'를 혼동한 듯하다.

`洙`는 문장 내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는 반면, '
诛'는 `베다, 꾸짖다, 징벌하다`라는 뜻의 `주(誅)`의 간자체로써 문장에 대입해 보면 의미가 선명하게 살아난다. '诛'의 원음은[zhū]다. 번자체는 중국의 전통적인 한자를, 간자체는 간략하게 만든 한자를 말한다. 논지에서 다소 탈선한 감이 없지 않으나, 언론이 나아갈 지향점을 이처럼 명확하게 적시한 글귀는 흔치 않다.

정부 기관의 활동을 감시하고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일은 언론의 주요 업무다. 언론이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하거나 권력에 의해 언론의 자율성이 훼손되는 것을 국민 모두가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도된 기사가 사회적 쟁점화되는 과정에서, 비판 기능을 발휘하고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고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도록 역할하는 것도 언론의 몫이다. 특히 지역 언론은 지역 사회의 결절점이 됨으로써 지역 현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일치된 의견을 이끌어 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언론사의 가치를 매길 때 단순히 독자 수, 판매 부수, 광고 매출 같은 산술적 비교는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사회 정의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앙의 메이저급 언론이건 지역 언론이건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한다면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권위와 위상을 부여해야 한다.

신문이 존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기자·독자·신문사다. 이 세 개의 축이 시너지를 발휘할 때 신뢰받는 신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언론인의 길은 더디고 험하다. 그러나 그 험로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또한 천직으로 여긴다면 그만한 보람이 따르리라 믿는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초대형 재벌 2개사 간에 놀랄 만한 거래가 이루어졌다. `21세기 폭스`가 `월트디즈니`에 영화·TV 사업 부문을 넘기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뉴스 산업의 패권을 겨냥한 채 이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루퍼트 머독의 복심이 깔린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그동안 세계 최대 미디어 재벌인 머독에게는 `21세기의 승자`라는 찬사와 더불어 부도덕한 미디어 사업가의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행보와는 별개로 언론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다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때문에 1996년 루퍼트 머독의 집중적인 투자로 세워진 `폭스뉴스`의 편집장을 지낸 앤드루 닐의 "머독의 혈관에는 잉크가 흐른다"는 발언이 공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과연 `남해시대`인의 혈관에도 검은 잉크가 흐르고 있는가. 만약 그러하다면 그대들 역시 뼛속까지 언론인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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