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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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봉인가?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4.26 15:07
  • 호수 5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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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개막식 및 리셉션장에서 그간 유치에 앞장서고 1조가 넘는 후원을 했던 재계 인물들의 얼굴을 찾기가 힘들었다. 세계적인 저널인 뉴욕타임즈는 이를 두고 <주식회사 대한민국, 돈과 정치가 이상한 올림픽을 만든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 사실을 적시했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행해졌던 정치권력과 금력의 유착사이에서 생겨난 폐습이 이번 올림픽의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기사의 내용 중 기업의 홀대부분을 부각시켜 맹렬히 비난했다. 야권은 현 정권의 몰염치와 재계와의 불통으로 인한 나라걱정을 토로했고, 여권은 보도의 내용에 대한 수준이하의 오역으로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맞불을 놓으며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세웠다. 그러나 평창올림픽개막식과 대통령리셉션 행사장에 후원의 중심이었던 재계 인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다분히 재계를 푸대접한다는 오해를 살수도 있는 일이었다.
남해의 경우 변변한 기업이 별로 없다. 기업환경 또한 매우 열악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향토기업들은 악전고투하며 고용을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생성하여 지방의 재정에 기여하고자 밤잠을 설친다. 빚을 내서라도 직원들의 급여를 미루지 않는 것은 사회의 유기적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기업가의 책임감이며, 이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다. 
관내에서도 각종 행사시, 행정의 지원과 자력만으로 충당하기엔 한계가 있을 경우 주최 측에서는 기업들에게 손을 벌린다. 도움을 요청하는 입장에서는 한 군데지만, 기업이 감당해야할 곳은 벅찰 정도로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향토기업이라는 사회적기업의 사명감 때문에 적잖은 출혈을 감수하며 최선을 다하여 조력한다.
대접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에 대해, 적어도 기업의 존재가치와 기업가의 헌신적 협조에 대한 예우는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30년을 남해에서 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는 선출직 지도자 어느 누구도 출마의 변에서 1순위로 꼽던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 육성 강화의 공약을 지켜 기업인을 예우하는 이가 없었다. 어떤 행사에서든 소위 권력순위에 밀려 끝자리를 겨우 차지하는 정도였다.
기업을 하는 사람은 단순히 실리만을 추구하고, 개인적인 부의 증대를 위해서만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구성원들의 공존과 상생을 위한 무한책임을 가지고 나름의 소명의식에 따라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사회도 이런 부분을 헤아려 적절한 예우를 해야 한다.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주체는 관리하는 행정이 아니라 기업이나 농민 어민 같이 직접생산에 참여하는 자다. 기업은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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