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그리고 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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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그리고 워라밸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6.01 15:50
  • 호수 59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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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홍   주
남해신협 이사장
본지 칼럼니스트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을 때,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새로 산 하얀 셔츠를 뒤집어쓸 때의 기분...`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에 나오는 소확행(小確幸), 즉 큰 성취가 아닌 일상에서 찾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나타낸 말이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비싼 와인이나 보드카를 마시는 것보다 편의점에서 마시는 값싼 수입맥주 4캔으로 행복함을 느끼고, SNS에서는 꽃 한 송이, 차 한 잔, 파란 하늘 등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의 사진이나 소소한 행복감으로 넘쳐난다.
방송에서도 `효리네 민박`이나 `윤식당`과 같이 매출은 신경 쓰지 않고 좋은 곳에서 즐기는 소박한 삶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는 출세를 최고 가치로 여겼지만 현실적으로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생활 방식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흐름을 반영하듯 서점가에서는 경쟁에서 벗어난 교육방식이나 소박한 삶을 소개하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18년 초부터 화두로 떠 오른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은 인생의 가치를 화려한 성공이 아닌 작고 소박한 것에서 찾는다. 워라밸은 일과 직장에 치우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중시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좋은 직장의 기준으로 안정성, 보수, 승진 등을 최고로 여겼지만, 요즘의 좋은 직장은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개인의 다양성이 인정받는 분위기를 선호하고 있다. 연봉이나 승진에 집중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개인 사생활과 삶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워러밸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워라밸`지수는 10점 만점에 5.0점으로 30개 국가 중 28위를 기록했다. 국가 워라밸 지수 1위를 차지한 네덜란드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예상과 달리 우리나라의 두 배정도로 높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행복지수가 한 단계 상승하면 생산성이 12% 높아진다고 한다. 워라밸은 근로자들이 즐겁게 일하면서 불필요한 연장근무를 줄이고 업무집중도를 향상시킴으로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워라밸은 자신의 삶을 소중히 하는 개성이 강한 2030세대가 사회의 주요 노동계층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개인의 여가생활을 중요하게 여기고 여행문화도 바뀌게 한다.
워라밸 세대의 여행은 언제든 어디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다소 충동적이지만 합리적이고 자유로우며 대담하다. 혼자 가는 여행 `혼행`, 즉흥적으로 가는 여행 `즉행` 등 새로운 여행 트랜드가 많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빡빡하게 휴가 일정을 짜지 않고, 일 년에 한 번 큰맘 먹고 가는 여행이 아니고, 주말이나 짧은 여유시간을 이용하여 언제든지 손쉽게 떠난다. 일과가 끝나면 가벼운 배낭이나 작은 캐리어를 챙겨 들고 터미널이나 공항으로 직행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먼 여행지보다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를 선호한다. 한적한 국내 여행지도 좋고,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대만 등 몇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면 좋다.
그렇게 훌쩍 떠난 여행에서는 거창한 목표도 치밀한 계획도 없다. 맛있는 음식 실컷 먹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스마트폰에 담으며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하루를 채운다. 호텔식을 챙겨 먹고 보송보송한 침대에서 뒹굴며 종일 책만 읽어도 행복하다. 낮에는 동네 사람들이 주로 찾는 한적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즐기고, 밤에는 힙하다(hip하다, 좀 더 새롭거나 남다른 것을 지향하는 것)는 펍(서양식 술집)이나 라운지에서 이국의 밤문화를 경험한다.
2018년의 트랜드를 나타내는 워라밸이 아직은 우리사회에서 생소하다. 우리의 노동시간과 휴가문화도 워라밸을 생각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 삶을 어떤 방법으로 즐기느냐가 바로 자신의 워라밸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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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아 2019-04-22 14:42:15
소확행과 워라밸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려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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