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이트(Sense 8)`- 경계 너머의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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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트(Sense 8)`- 경계 너머의 세상 속으로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6.08 11:52
  • 호수 5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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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보   름
남해여성회 사무차장
본지 칼럼니스트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센세이트(Sense8)`의 피날레가 6월 초 공개될 예정이다. `센세이트`는 릴리 워쇼스키와 라나 워쇼스키의 각본, 기획, 연출이 만나 탄생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8명의 주인공들은 한 자아가 또 다른 7명의 자아와 정신적, 육체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한날한시에 태어나고 보통의 호모사피엔스처럼 살아오다가 텔레파시를 기본으로 하는 초감각적 호모센소리움으로 각성하면서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서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간다.
자신의 집단 구성원이 경험하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고 언어가 달라도 자유자재로 소통하며 다른 구성원의 몸을 빌려 각자의 능력을 대신 표현할 수 있는 호모센소리움은 호모사피엔스의 세계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지며 탄압 당한다.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주류 집단의 능력을 뛰어넘는 또 다른 집단에게 보이는 적대감은 어쩌면 지구 피라미드 꼭대기를 차지한 인간의 이기적 본성일 것이다. 호모센소리움의 뇌에 변칙적으로 침투해 호모센소리움 집단들을 하나하나 솎아내고 무력화하는 `위스퍼`의 존재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나치의 게슈타포, 일제강점기 친일조력인사, 독재정권의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기계들... 일정 기준 안에 들거나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선 밖으로 밀어내 탄압하던 구시대의 권위적 산물들. 그러나 좌우 냉전 시대를 일찌감치 졸업하고 최첨단 자본주의를 걷는 현대 사회라고 해서 과연 `위스퍼`의 존재가 상상 속에만 가능한 존재일까?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군상을 텔레파시로 연결해 풀어내는 `센세이트`의 SF적 설정에서 중요한 지점은 아마도 `경계`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흑인, 동양인, 백인, 히스패닉, 양성애, 동성애, 이성애 등을 아우르는 수많은 `경계`와 `경계인`들이 등장하는 `센세이트`는 살아온 과거도 각양각색이며 법망 안의 평범한 세계부터 법망 밖 어둠의 세계까지 넘나드는 주인공들의 복잡한 면면과 삶의 수많은 방식, 선택들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함부로 내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세계가 왜 아직 오지 않는지 맹렬하게 질문한다.
서로의 다름을 거부하거나 인정하는 단순 지점을 아예 뛰어넘어 8명의 인물이 각자의 개성을 떠나 오롯한 합일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그 순간, 어쩌면 `경계`라는 개념조차 더 이상 의미 없을 (기대하기에) 머지않은 미래.
`바운드`와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센세이트`의 워쇼스키 자매가 되는 과정에서 겪었을 삶의 숱한 질문들을 이야기하고픈 면면도 이 시리즈의 숨은 매력이다. 
이건 이래야 돼, 저건 저래야지, 아니, 그건 안 돼, 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살아야 하는 이 땅에서 워쇼스키가 제시하는 세상을 아무 거리낌 없이 상상하고 받아들이고 결국 진짜로 만나기란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상황에 대해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당해야 하고, 타고난 정체성을 당연히 부끄러워하거나 결국 고쳐야 살아남고, 진짜 본모습을 숨겨야 편안한 삶이 보장되며, 더러는 솔직하게 표현하고 설득하려고 나서 봐도 다시 내팽개쳐지기를 반복하며 고통 받는 이들이 아직도 수없이 많다. 그건 곧 이 세상 70억 인구 모두가 비슷한 얼굴과 비슷한 뇌를 가져야 한다는 또 다른 `폭력`이 여간해서는 사라지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
각자의 개성을 억지로 한 틀에 우겨넣어야 한다면, 내일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모습일까?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싶은 만큼, 딱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는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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