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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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6.08 11:59
  • 호수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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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충   국
발행인

초등학교를 다니던 유년기 시절 어머니는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이사 후 단칸방에서 삼형제를 키우는 고생을 하셨다. 마땅한 기술이 없는 어머니는 국제시장에서 좌판으로 감자를 삶아 파시는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궁색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우리 삼형제의 주 놀이터가 국제시장과 남포동 거리였는데 궁색한 살림만큼 항상 배가 고팠고 시장통은 먹거리로 넘쳐나서 눈과 코가 항상 괴로웠던 기억이다. 그 많은 먹거리 중 요즘도 그리운 음식이 많은데 유독 고등어구이만큼은 더욱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
구울 때 나는 강한 향과 술안주이거나 밥과 어울리는 음식이어서 왠지 어른들의 기호에 더 맞는 듯한 느낌인데 어렸던 나에게는 고등어구이를 원 없이 먹는 날은 성인이 된 후 어머니를 편히 모시고 동생들을 잘 보살필 수 있는 힘까지 같이 가지게 되는 것 같아 성인이 된 지금도 간혹 먹고 싶어지면 어떠한 음식으로도 대체불가일 지경이다.
요즘 들어 문득 고등어구이가 그리워 처에게 아침상에 먹고 싶다하니 흔쾌히 응하길래 내심 크게 기대하였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피곤한 터에도 처는 새벽에 장을 보러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불 밑에서 미안함과 고등어구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복한 기다림을 하는데 부엌에서 구워지는 냄새가 왠지 다른 느낌이라 나와 보니 큰 갈치가 팬 위에서 싱싱함을 뽐내며 구워지고 있었다. 처가 환한 미소로 너무 좋은 갈치가 나와서 큰마음 먹고 사왔다며 자랑인지라 서러운 마음을 표현치 않고 맛나게 먹은 후 꼭 고등어구이가 먹고 싶으니 내일 다시 구워줄 것을 부탁했다.
다음날 아침 처는 시장에서 오백원 동전만한 눈을 가진 뽈락을 구워주었는데 그 흔한 고등어구이보다 좋은 갈치와 뽈락을 구워주는 처의 큰사랑을 이해 못한 것은 아니나, 감동보다 서운함이 커 처에게 왜 고등어를 먹고픈지 설명하고 그 다음날 고등어구이를 먹고 난 후에야 마음이 풀리는 모자란 나를 보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는 내 방식으로만 세상을 이해하고 맞추고 있지는 않은지,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이들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맞추어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는지 ….
지금 우리 주변에는 지역민을 위하여, 또 노인을 위하여, 장애인을 위하여, 농어민을 위하여 란 이름으로 봉사하고 노력하겠다고 나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묻고 싶다. 등 가려운데 발바닥 긁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눈높이에 맞는 사랑을 주라고 부탁하고 싶다.
오늘도 고등어구이가 그리운 것은 오롯이 날 위해 노력해주는 손길이 그리운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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