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구본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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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구본무 교훈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6.08 12:05
  • 호수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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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화
남해군상공협의회 사무국장
본지 칼럼니스트

한국 경제계의 어른이었던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타계했다. 주요 고비마다 선제적 대응으로 기업을 이끌면서 `정도경영과 인화의 원칙`을 강조한 재계의 큰 별이었다. 고인은 LG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이면서 LG화학 심사과장으로 시작했다.

현장에서 몸소 부대끼며 아래로부터 직접 배우겠다는 신념이었으리라 짐작한다. 20년 동안 차근차근 기업경영의 지식과 교양을 쌓아 LG그룹의 지휘봉을 잡았다. 기업경영의 올바른 좌표를 제시해준 분이었고 우리 사회의 힘없고 약한 자를 보살핀 의로운 사람이었다. 나를 위한 세상을 만들려 하기보다 남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고 불편과 고단함을 자초했다. 대다수 기업 오너들은 적은 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방식의 황제 경영을 해오고 있지만 고인의 기업은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겉으로만 꾸며 번드레한 경영자와는 달리 신의 있고 정직한 기업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고인을 생각하면 생애와 업적을 통해 추출되는 키워드가 여럿 있다. 어쭙잖은 생각이지만 필자가 마음으로 간직하는 언어들은 정도경영, 가치창조, 애민, 의인상, 화담이 그것이다. `정도경영`은 꾸준하게 실력을 길러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는 것이었다. 창업 이후 성장과정에서의 경험과 윤리적인 철학이 접목되면서 오늘날까지 계승 발전되는 경영철학이다.

올바른 길 또는 정당한 도리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구별해서 적용할 일이 아니다. `가치창조`는 소비자에게 더 나은 방식을 찾아 실행하면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보여줬다. 원칙과 기준에 따라 투명하고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하게 대우한다.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를 고민하고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참뜻을 펼쳐 나가는 것은 배우고 싶은 철학이다.

`애민`은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나의 이익을 위하여 남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모른 체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얼마나 인간다운 것인가. 기업은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는 고인의 말씀에서 애민정신을 다시 한 번 새긴다.

`LG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평범한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세월호 사고 수습 중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소방관의 유가족,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장병의 치료 등 남모르게 보살펴온 우리 사회 의인만도 72명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겠다는 취지이다. 뽐내고 생색내기를 좋아하는 우리 사회가 한 층 더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반열에 고인이 계셨다.

`화담`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의 구 회장의 아호이기도 하다. 화담 숲을 조성해 자연을 가까이 두었고 숲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고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다. 초목의 뿌리를 가까이 두고 사물의 본질이나 본바탕을 잃지 않으려는 뜻으로 보인다. 철학은 빈곤한데 번영을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다. 준비도 덜 된 사람들이 기업가의 자리에 앉아 휘두르는 지휘봉의 폐해가 얼마나 많은지 지켜봐온 상황에서 업적과 생애를 풀어나갔던 매듭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인다.

한진그룹 등 일부 대기업 오너일가의 갑질로 씁쓸하고 언짢은 생각이 많은 때 옆집 할아버지처럼 따뜻했던 고인의 모습은 우리 사회 큰 울림을 주었다. 정태적 균형을 파괴하고 동태적 발전을 행하면서도 내 이웃과 주변을 따듯하게 살피기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의식하여 깨우치고 시대를 염려하는 가치가 없다면 가능치 않은 일이다. 정도와 상생은 시간과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일과 사람을 대하는 자세이다.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았던 고인은 과시적 장례를 거부하고 조용하게 세상과 이별했다. "나 때문에 번거로운 사람이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한 줌의 재로 나무의 양분이 돼 자연으로 돌아갔다. 변화의 시대, 경제와 사회 전 분야에서 혜안과 통찰력을 가졌던 재벌 총수를 다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근저에는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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