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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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낙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6.22 16:51
  • 호수 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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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화
남해군상공협의회 사무국장
본지 칼럼니스트

전쟁 같았던 6·13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란 모두가 승리 할 수 없는 무대다. 환호와 낙담은 교차하기 마련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우리지역 후보들 중 절반이상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바람 속에서 밥을 먹고 이슬을 맞으며 잠을 이룬 풍찬노숙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들에겐 이 결과가 너무 야속하다. 유권자의 무정한 마음이 섭섭하고 비참해 참담한 울분을 삭이기엔 상처가 꽤 깊을 것이다. 

그들은 생활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부채를 갚을 각오였으리라 짐작한다. 시대를 염려하는 가치로 나를 위하기보다 남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고 고단함을 자초했던 것이다. 이 들과 한 몸이 되어 움직였던 가족들과 선거운동원들은 어땠는가? 말만으론 부족했다. 온 몸으로 보여주는 절절한 율동에서 후보자의 열망과 진심을 아낌없이 쏟아내는 지극한 정성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패자가 아니다. 아무나 용기내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자신의 각오와 포부를 뼛속 깊이 다짐하며 출마라는 실천으로 옮겼다. 우리 사회의 정치 지형을 일부나마 바꾸려 노력했던 그들은 짙은 어둠속 한줄기 찬란한 빛이었다. 시대적 양심과 세상의 쓸모를 위하여 변화와 성장을 노래한 강한 영혼이었다. 그들 스스로가 선거라는 전쟁터에서 희생을 자처 할 때 세상이 투명해진다는 사실을 알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나은 그들은 썰물과 밀물처럼 오가는 유권자에 다가와 읍소했다.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사정하며 머리 숙일 때 우리는 이들에게 상전이라도 된 듯 악수조차 외면하고 때론 떨떠름한 기분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그들 자신만의 감투는 아니었다. 후보라는 딱지를 달고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지향했는지 잘 보아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그들은 그렇게 키우려 죽을힘을 다했다. 낙선의 고통을 이겨내기란 무척 힘들다. 내편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치가 떨리도록 화가 나서 생각조차 부들부들 할 수도 있겠다. 

지금 그들이 몹시 아프다. 슬픈 감정을 더 이상 노동시키게 해서는 안 된다. 천근같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우리가 이들을 보듬을 차례다. 눈물을 닦아주고 구겨진 마음을 하루 빨리 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웃과 사회를 성숙하게 만들려 한데 대한 우리의 보답이다. 그게 우리의 공감 능력이다.

비록 낙선했지만 이제껏 낮은 자세로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좀 쉬어야 하는데 휴식이 편할 리 없다. 하지만 이 번 일로 의기가 쇠하여 사그라지거나 기운 잃은 모습은 진정 없었으면 좋겠다. 부디 내 이웃에서 은퇴하지 않고 우리에게 빈곤한 철학을 메꾸어 주는 의중을 엿보았으면 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에게 조차 희망과 소통의 노래를 불러주길 바란다. 

마시고 싶지 않은 괴로운 술잔이었지만 고배를 마셔 본 사람만이 축배의 기쁨을 맛볼 자격이 있다고 했다. 어제까지는 초목의 뿌리를 키우려는 한줌의 양분이었지만 머지않아 무성한 가지를 흔드는 바람이 될 것이다. 지금의 아픔이 그들의 훌륭한 역사이며 미래의 정치적 교양이 될 것이다. 

죽을힘을 다 해 애쓴 흔적을 남기고 일상으로 돌아올 그 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 존경스럽다. 그래서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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