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디우스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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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디우스의 매듭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6.22 16:54
  • 호수 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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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홍 주
남해신협 이사장
본지 칼럼니스트

그리스신화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고대 그리스의 프리지아라는 도시국가에 왕이 없었다. 신의 예언인 신탁에 의하면 왕이 될 사람은 전차를 타고 광장에 나타난다고 했다. 어느 날 농부의 아들이었던 고르디우스가 전차를 타고 시내에 들어갔다. 거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전차를 타고 오는 고르디우스가 신탁에서 말하는 왕이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왕으로 추대했다. 

갑자기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자신이 탄 전차를 신전에 바쳤다. 전차를 매듭을 지어 신전에 단단히 묶어 아무도 풀 수 없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은 아시아를 정복하여 동방의 왕이 될 수 있다는 예언으로 매듭에 새로운 신탁을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매듭을 풀려고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던 중, 300여년이 지난 기원전 333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아시아 원정길에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관한 예언을 듣고 이를 풀어보겠다고 했다. 매듭은 무척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매듭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단칼에 매듭을 베어버렸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 길로 아시아를 정복했다고 한다. 이를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고 한다. 

아시아를 정복한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발상의 전환을 하여 복잡한 매듭을 푸는 대신 단칼에 매듭을 잘랐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말이 화제이다. 예나 지금이나 복잡하게 얽힌 현안문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단칼에 자르듯 해결함을 비유해 정치인들이 주로 많이 쓴다. 최근 북한핵문제라는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앞에 두고 연이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하나씩 풀 게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큰 매듭을 끊음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등 다른 문제들을 저절로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번쩍이는 생각이나 기발하고 다소 엉뚱한 말과 행동에 감탄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보이는 그대로 바라보던 세상은 온통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타성에 젖어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면 `저 이면에는 무슨 일이 있을까`하고 의문부터 제기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습관화되어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버리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볼 때, 어릴 때 느끼던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문제해결이 쉽게 되기도 한다.

또 경험이나 경력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우리가 가진 판단의 기준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자신의 기준이 반드시 옳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모든 상황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하지만 내가 가진 주관적인 기준을 내려놓고 솔직하고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일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의견을 묻고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얻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이나 창조적인 시각이 필요할 때 이러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초여름의 무더위와 함께 지역사회를 달구어졌던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기간동안의 갈등이나 지역이기주의를 해소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복잡하고 완벽한 지혜를 짜내려는 노력보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것처럼 단순하고 대범한 해결책이 오히려 지역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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