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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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6.22 16:59
  • 호수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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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에 우리들은 포장마차를 찾아 삶의 애환을 소주 한 잔으로 달랬다. 그 시절 포장마차의 상징은 노란색 천막에 나무로 만든 등받이가 없는 긴 의자였다. 비가 오는 날은 젖혀진 틈사이로 비가 들이치곤 했고 바람이라도 불면 천막이 등을 때리곤 했다. 간혹 모르는 이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재미도 있었다. 

그때 단골집이었던 이모집은 해질 무렵이면 리어카를 끌고 나와 동네 약국 앞에서 장사했다. 이모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 항상 주변 청소를 하며 약국주인의 눈치를 봤다.

포장마차를 한다는 이유로 약국주위의 청소상태는 항상 이모의 책임이었고 조금만 지저분해도 약국주인은 이모에게 짜증을 냈다.

이모에게는 소원이 있었는데 그것은 약국자리에 실내포장마차를 하는 것이었다. 실내포장마차는 더위와 추위는 물론이고 모기나 비로부터 고객을 지키고 더 나은 위생상태에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이모는 굳은 결심으로 몇 해 지나지 않아 약국 옆 가게에 실내포장마차를 개업하게 됐다. 

많은 단골들도 같이 기뻐하며 자주 찾았지만 점차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장사가 안됐다.  음식, 위생 등 모든 면에서 좋아졌는데 왜 손님이 줄어들었는지 이모는 답을 찾지 못한 채 내게 고민을 털어 놓곤 했는데 그때는 그 답을 알지 못했다.

이후 내가 부산대학교 정문 옆에서 아르바이트로 포장마차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포장마차를 즐기는 이들은 오롯이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는 비를 즐겼으며 추위와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불편함을 즐기는 것이었다.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좀 더 편한 것과 좀 더 나은 것만을 찾으며 살고 있다. 쾌적한 환경에 육신은 편해지고 음식은 다양하게 맛있어졌지만 오히려 우리 삶의 운치는 멀어지기에 주변이 더욱 삭막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편의 위주로만 급격히 바뀌어가는 요즘 문득 포장마차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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