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한잔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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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한잔의 기적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7.12 15:37
  • 호수 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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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홍 주
남해신협 조합장
본지 칼럼니스트

벌써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이맘때 쯤 이면 그해 여름이 떠오른다. 냉방이 잘되는 사무실의 편안함에 길들여진 탓인지 유난히도 무더웠던 것 같다.

6월 중순 갑작스런 명예퇴직으로 직장을 잃고 마음 둘 곳이 없어 노인복지시설인 화방복지원을 찾았다. 평온한 일상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남에게 베푸는 자원봉사활동을 신청했다. 생전 처음으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은 순수한 자원봉사였다.

매일 아침 화방복지원으로 출근하여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점심도시락을 배달했다. 반년 가까이 베풂 활동으로 사랑을 배우면서 마음의 중심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일상의 평온함과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자원봉사와의 인연도 시작됐다.

며칠 전, 어느 스님이 쓴 `우유한잔의 기적`이라는 한 편의 글을 읽었다. 미국의 유명한 `존스홉킨스 병원`의 창립자인 하워드 켈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가 뛰어난 실력과 환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잔의 우유 덕분이었다고 한다.

하워드 켈리는 학창시절 방문판매를 해 학비를 벌고 있었다. 1880년 어느 날, 동전 한 푼밖에 없던 그는 배고픔에 물 한 잔을 얻어먹을 생각으로 어느 초라한 시골집의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나온 한 젊은 여성이 그에게 우유 한 잔을 건네주었다. 켈리는 우유를 다 마시고 얼마를 드려야 할지 물었는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안 주셔도 돼요. 저의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좋은 일을 하거든 절대 대가를 바라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녀의 작은 친절은 켈리로 하여금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었고, 그 후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가 되었다고 한다.

10여 년 후, 우유를 건넨 여인은 뱃속에 큰 혹이 생기는 병을 얻게 되었다. 켈리는 그녀가 자신의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알고 온 힘을 다해 그녀의 병을 완전히 낫게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완치의 기쁨보다는 병원비에 대한 걱정으로 영수증을 열어 보았다. 그녀가 열어본 영수증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습니다. "당신의 치료비는 여러 해 전 우유 한 잔으로 모두 지불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며 베풂의 의미와 실천에 관한 교훈으로 전해오고 있다.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풀었던 나눔이 훗날 훨씬 더 큰 것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설령 아무런 대가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베풂 그 자체가 베푸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희망을 나누게 한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 이면에 나타난 빈부격차와 정신적 상실감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베풀고 나누는 자원봉사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재능이나 전문적 지식 등을 사회에 환원하는 베풂 활동, 즉 자원봉사는 새로운 나눔 문화이며 시민의식의 척도로써 우리사회의 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계발시켜 주는 사람이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웃에게 베푸는 재능기부가 반드시 특별한 능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록 우리 눈에는 보잘것없는 재능이나 단순한 노력일지라도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목숨을 구하는 일처럼 큰 희망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지역경제침체와 거주인구의 감소 및 노령화로 삶이 팍팍해진 우리지역사회에서는 작은 베풂도 큰 희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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