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하려고 월급 깎아 재택근무 요청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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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려고 월급 깎아 재택근무 요청했죠"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07.19 10:46
  • 호수 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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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 설천 금음리에 사는 만화가 윤세훈

집안에 틀어박힌 채 종일 만화 그리니
마을에서 백수로 오해받기도

다도해에 반해 살고 싶어져
덜컥 집부터 계약한 남해는
그 자체로 힐링

 바닷가 근처에 한 만화가가 산다고 했다. 설천면 금음리 봉우마을의 윤세훈 씨. 그는 혼자 사는 그림 그리는 남자였다. 여느 직장인처럼 오전 9시부터 저녁6시까지 꼬박 만화를 그리기에 그 시간을 엄수했다. 단지 출근과 퇴근이 모두 집에서 이뤄지는 재택근무자인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그랬기에 처음 귀촌했을 때 주민들로부터 먹고 노는 백수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세훈 씨는 울산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다 가족이 모두 경기도로 이사 가는 바람에 서울에서 공부하고 서울에서 일터를 찾아 자리잡은 전형적인 도시남자였다. 웹툰 작가는 아니고 어린이와 학생들이 보는 학습만화를 그리는 작가다. 그런 그가 어떻게 남해 하고도 설천, 설천하고도 봉우마을까지 와서 살게 됐을까 궁금했다.
 
첫 남해여행이 귀촌 준비의 시작이 되다
 1976년생, 범띠, 마흔 여섯의 남자가 남해에서 주구장창 만화를 그리며 홀로 살고 있다.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존재 자체로 생의 처연한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단순한 유유자적이 아니라 생활예술인이 겪게 될 바닷가주택에서의 삶의 고단함이 절로 떠오른다. 실로 시골살이를 해 본 사람이라면 풀의 성장속도에 기염을 토해본 경험은 무수할 것이므로.

 그렇다면 세훈 씨는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때는 2016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늘 마감에 쫓겨 살던 세훈 씨는 2016년 8월, 도저히 이렇게 무더위와 씨름 할 재간이 없어 느닷없는 사별로 홀로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머니를 모시고 남해여행을 하게 되었다.

 3박4일 일정을 잡고 경북 경산에 사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남해로 오게 되었는데 삼천포대교를 지나는 순간부터 펼쳐진 올망졸망 작은 섬들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광에 그대로 퐁당 빠져버렸다.

 세훈 씨는 "사실 제가 서울에 살면서도 그다지 유흥을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다 보니 놀러 다닌 적이 별반 없었어요. 그리고 울산과 경주, 경산 등 주로 경북지역을 자주 놀러 다녔기에 끽해야 동해바다 본 게 다인데, 웬걸 다도해가 정말 제 스타일이더라구요!"

 그대로 남해에 반해버린 세훈 씨는 노모를 모시고 여행 대신 당장 집구하기 투어에 나섰다. 미조부터 상주, 독일마을, 다랭이마을 등등 모든 여행코스를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보게 된 것. 볼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점점 더 남해가 좋아졌다. 그러다 설천까지나 오게 됐다.혼자 사는 세훈 씨에게는 전원주택이나 300평 이상의 대지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곳처럼 아담한 집에 텃밭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2016년 가을에 살 집을 계약을 하고 돌아가 본격적인 귀촌준비에 몰입했다.
 
1인 가구·도시 젊은이 유입할 근로환경 절실해
 사실 세훈 씨가 멀고 먼 남해 바닷가 마을까지 내려올 수 있었던 건 바로 20년간 해온 만화그리기 업을 계속 이어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로의 전환이 비결인 셈인데 여기에도 세훈 씨의 희생이 따랐다.

 "사실 저 또한 먹고 살려면 서울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죠. 그런데 늘 입버릇처럼 도시가 안 맞다며 시골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버지께서 2013년 그야말로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고 나니 후회가 밀려왔어요. 시골에서 살고 싶다던 아버지 소원, 내가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거였는데 매일 마감 핑계 대며 무시해왔구나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과감히 월급 80만원을 깎고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것으로 방법을 찾고 귀촌준비를 했죠"

 세훈 씨는 1인 가구다 보니 남해군으로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흔한 쓰레기봉투 한 장도 받지 못했다. 그는 말했다. "갈수록 1인 가구는 늘어나는데 젊은 층의 귀촌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군내의 근로환경 조건이 좋아져야 한다고 봐요. 주휴수당, 월차와 연차도 없는 군내기업을 보면 열악한 것 같거든요. 도시에 비해 급여도 많지 않은데 휴일이나 수당 등 최소한의 기업윤리라도 지켜져야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일하러, 살러 오지 않을까요?"

 평생직장개념이 사라지고 백세시대가 도래한 지금, 세훈 씨 또한 지금의 업이 중단될 경우 남해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온다. 또한 세훈 씨처럼 많은 귀촌인들이 여행을 통해 귀촌의 물꼬가 트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지역 내 일자리 문제와 여행객들의 대중교통이용이 편리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더한 세훈 씨. 그가 만나게 될 남해의 내일이 더 밝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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