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문학촌 소나기 마을에서 새기는 순수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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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문학촌 소나기 마을에서 새기는 순수와 그리움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7.19 11:14
  • 호수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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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별을 새기는 보물섬남해독서학교 문학기행 ①
장 현 재
해양초 교사
본지 칼럼니스트

순수성과 완결성, 미학의 작가 황순원을 찾아 보물섬남해독서학교 아이들이 길을 열었다. 다섯 시간의 긴 여정이지만 시험을 끝낸 홀가분함과 집을 떠난다는 로망이 마른 대지에 소나기처럼 내린다.

소나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다 알고 있는 황순원의 대표작이다. 소년과 소녀의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 건네주지 못한 호두,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호주머니에 넣어 만지작거리는 소년으로 대변되는 미완성으로 끝낸 이야기여서 더 관심과 흥미를 자아내는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을 법한 일이다. 그 첫사랑의 순수 의미를 찾아 칠월의 후끈한 열기 속에서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른 아이들은 수숫단 모양을 형상화한 황순원문학관 앞에 선다.

문학관 뒤편 산 너머 파란하늘엔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흰 구름이 피어오른다. 문학관에서 아이들은 순수 절제의 미학으로 결백에 가까운 문장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가와 마주한다. 성과위주 결과위주 경쟁사회에서 독서를 통해서 자유로운 영혼의 구가를 내세우는 독서학교의 이념에 걸맞게 생각의 나래를 편다.

어느 문학관이나 작가를 만나보면 공통점은 전시물을 통해서 글을 쓰기 전 엄청난 양의 독서량이 있었을 알 수 있다. 모든 일이 투자 없이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문학관에서 만난 해설사는 독서학교의 구성원이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구성되어 찾은 것을 보고 새삼 놀라운 눈초리다. 그리고 대부분 문학관 방문객들은 대충 둘러보고 작가의 일대기를 다룬 영상물을 보는 것도 집중력이 부족한데 독서학교 아이들은 어떠할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이곳저곳 전시관을 꼼꼼히 둘러보고 3부로 이어진 황순원 작가의 영상물을 끝까지 보고 감동의 박수를 보내며 일어설 때 그래서 독서학교 아이들이구나 하는 긍정의 눈길을 보낸다.

문학관 밖은 소나기 속에 나오는 소재로 체험과 전시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출발 한 주 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소나기 속에 등장하는 싸리꽃, 마타리꽃, 칡꽃, 구절초 꽃을 알려주었다. 시골에 살지만 산으로 들로 다닐 기회가 적은 아이들은 야생화에 대하여 문외한이다.

움집 모양의 원추형 수숫단 집이 빙 둘러 반기고 있는 문학관 마당에 아이들이 둘러섰다. 다 알고 있는 소나기 이야기 해설에 집중해 있는 순간 인공으로 품어내는 소나기 분수의 물세례에 화들짝 놀라 흩어지는 모습이 순수의 꽃과 별들로 피어난다. 물세례를 받았지만 원망하지 않는 눈 흘김이 예쁘다. 소설 속 공간에서 아이들의 가슴에 다가온 첫사랑이 그리움이란 추억으로 새겨진다.

`다시 한번 더 오고 싶어요.`의 소망을 간단한 쪽지에 적어 매달고 나오는 길 하늘을 본다. 칠월의 열기 속에 산등성이 뒤편으로 물러난 파란 하늘은 흰 구름을 뭉게뭉게 피워 올리고 있다. 마치 소나기구름이라도 만들 듯이!

삶과 죽음에 대한 내면의 목소리를 표현했으며 엄격한 절제와 고전적 아름다움이 한 문장 한 문장 묻어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생각하며 걸음을 옮긴다. 저 하늘 우주가 아름다운 이유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움직이며 충돌하지 않고 계속 흐른다는 것에 긍정의 한 표를 던진다. 문학관을 뒤로 북한강 변 청평댐 유원지를 따라 숙소로 향해 오른다.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우는 해거름에 산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더위를 피해 물놀이하는 인파를 보며 소리 없이 흐르는 일상을 자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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