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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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크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8.20 12:48
  • 호수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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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3년 전 고등학교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나는, 학교에 흡연검사기가 비치돼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교장선생님 말씀이 요즘 학생들은 흡연하다 들켜도 꽁초를 던지며 연기를 뱉고는 핀 적 없다며 딱 잡아뗀다고 한다. 또 소지품 검사 중 담배가 적발되면 친구 것이라며 둘러대는데, 맡긴 친구가 누구냐고 물으면 의리 상 말할 수 없다며 선을 긋는다고 한다.

즉 학교는 이러한 학생들에 대응하기 위해 흡연검사기를 비치하고 있는 것이다.

흡연검사기까지 동원해 학생의 흡연사실을 시인 받아 반성문을 쓰게하고 받아두면 그 다음날에는 학부모가 찾아와 자기 아들은 한 번밖에 피우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과민반응 한다며 항의방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문제의 크기로 표현하자면 학생의 흡연은 1정도로 보이고 흡연을 부인하는 모습은 3은 되어 보이며, 자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부모가 항의하는 행위는 5정도 크기의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어찌하여 3이나 5크기의 문제는 다루지 않고 1의 문제만 다루는가하고 여쭈었다.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현실이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교육현실은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한 교육 이외에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학생들에게 교과 이외의 도덕이나 윤리, 지혜를 가르칠 여지가 없고 학생들도 또한 배울 생각이 없습니다. 설령 이를 가르친다면 학부모들이 당장 찾아와 수능이나 내신에 필요한 수업을 하지 않느냐며 항의할 것입니다. 이런 현실이 교육자로서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고 침묵이 흘렀다.

정작 우리는 자식들을 돈 버는 기계, 남에게 지지 않는 사람으로만 교육시키며 정치와 교육이 잘못됐다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부터 영어단어나 수학공식보다 문제의 크기가 1일 때 고개 숙여 인정하는 자세를 가르쳐 더 큰 문제를 낳지 않도록 하는 지혜와 현명함을 가르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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