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친구처럼 오래 오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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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친구처럼 오래 오래 살고 싶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08.20 14:04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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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 귀농인의 집 1호 주인공 김동일

귀농인의 집 1호 주인공 김동일 씨, 교육환경 좋아 남해로 귀촌
귀촌정책에 나이 제한은 의미 없어… 다양한 이들 포용 가능한 정책 필요


사전 정보 없이 만난 귀촌인 김동일 씨의 첫 인상은 예술가 혹은 철학자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을 그저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일 뿐이라고 했으나 내가 본 그는 인간애 충만한 문화기획자였고 다정한 아빠였으며 탁월한 배움꾼이었다. 슬그머니 나이를 물었더니 어느 순간 나이세는 걸 깜빡했다며 출생년도인 1975년생임을 말하는 그는 시간을 잊은 청년임이 분명했다. 아들 단우와 평생 주어도 모자랄 만큼 애정 하는 고운 아내를 둔 사십대의 가장. 그런 그의 남해살이가 궁금했다. <편집자 주>


여러 후보지 중 남해를 선택한 이유는 아이 교육
 귀촌지를 고민 하는 동안 김동일 씨가 가장 중요시 여겼던 기준은 하나뿐인 아들 단우 군의 교육문제였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단우는 김해 시내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작은 학교에 6년째 다니고 있다.

 동일 씨는 "다들 놀래서 묻는다. 어떻게 매일 그 먼 거리를 다니느냐고. 하지만 그 40분 동안 아이와 캐치볼 한 이야기, 같은 반 친구 이야기 등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어 즐겁다. 대부분 대화할 시간이 없어 아이들과 거리가 생겼다고들 하는데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면 이런 단점이 외려 훌륭한 환경이 된다. 폐교위기에 놓였던 작은 학교지만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이 좋아 40분 거리에도 불구하고 선택했었다. 작은 학교가 여러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로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즐거운 학교로 바뀌어 가는 과정과 행복학교로 지정되는 등의 변화를 보면서 아이 대부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느꼈다. 그런 점에서 상주중과 여태전 선생님을 알게 됐고 남해 역시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은 곳이라 판단이 들어 귀촌지로 최종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한 집안의 가장이다 보니 무턱대고 용기만 갖고서 귀촌을 할 수는 없었다. 삶의 계획이 필요했다. 그 계획이 바로 정보였고 남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위한 다방면의 공부였다고 한다.

 

김동일 씨가 기획·운영하는 성산씨네마을

귀농인의 집 1호 입주자, 마을살이를 배우는 중
 남해군에서 공모한 귀농인의 집 1호에 선정돼 고현면 성산마을에 첫 둥지를 틀게 된 김동일 씨. 그는 이장님과 함께 성산마을 주민들을 위한 마을기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 3월 주소를 남해군으로 옮긴 동일 씨는 방세 대신으로 마을공동기금 10만원을 내고 거주하고 있는 성산주민의 일원으로서 마을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는 성산마을이 `감자보급마을`이었던 점에 착안해 마을공동급식에 감자를 활용한 식사대용조리식품을 남해대학과 연계해서 계발 중에 있다.

 동일 씨는 "마을영농조합법인이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해서 마을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체험공방도 생각하고 발효를 테마로 감자와 접목해 가면서 테마마을로 꾸려보고자 이장님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다양한 문화학교 운영의 경험을 살려 `성산씨네마을`을 10월까지 운영한다. 이는 마을 아이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와 관련한 문화인과 농촌청년들을 연결하는 문화운동인 셈이다.

 

남해대학에서 진행 중인 귀농사관학교 수업 참가자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귀촌을 결심한 후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오던 그는 바다해설사 자격에 이어 남해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귀농사관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와 함께 매주 토요일에는 진주에서 경남과학기술대학원에서 사회적 경제 전문가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김해에서 운영해오던 복합문화공간과 갤러리 카페 등과 같은 문화공간에 대한 고민과 학부모네트워크, 다양성 영화보기 시민모임 등을 운영해 오던 그였기에 이러한 배움은 남해에서 적극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연장선에 놓여 있다.
 
진입장벽 높은 귀촌
정책이 잘못되면 악용하는 이도 생겨

 동일 씨는 말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최소 달달이 들어가는 돈의 순환으로 이뤄졌다. 그것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그걸 끊고 무턱대고 용기만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겐 실질적인 귀촌정보를 얻을 방법을 알려주는 게 더 현실적이다. 제 경우엔 관심 지자체와 문화단체, 관심 지자체의 교육청과 지역 커뮤니티 등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서 최신 강좌나 지역 일자리, 공고 고시 등을 이메일로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해두고 거의 매일 열람하면서 필요한 교육 등을 계획해서 들으며 하나씩 준비해 나갔다"

 그 정도로 준비성이 철저한 그였으나 나이제한에 걸려 시도해보지 못하는 것들도 많았다고 한다.

 

귀농인의 집 1호에 선정된 김동일 씨

 동일 씨는 "사실 귀농이나 귀어의 진입장벽은 너무 높다. 또 일부는 영농후계자에 국한되는 것도 있다. 사실 영농후계자는 타지 귀촌희망자에 비해 조건이 더 좋은 편 아닌가? 농사를 짓기까지의 과정도 쉽지 않은데다 이러한 정책마저도 유행처럼 청년 등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이젠 단순 귀농귀어가 아닌 진짜 마을에서의 삶을 개척하려는 귀촌자나 문화생활인이 점차 느는 추세다. 여기에 나이제한은 의미 없다고 본다. 외려 정책의 방향이 잘못되면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만 늘어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남해 사는 즐거움이요? 조개 잡는 재미죠
 초·중학교 스포츠 강사로 수업을 나가면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해 가고 있다는 동일 씨는 `당장 내일도 모르는 삶`이기에 무언가를 규정짓기 보다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는 이다. 그런 그이기에 바람은 단 하나, 오래 천천히 그러나 행복하게 걸어 나가는 것.

 동일 씨는 말했다. "누가 그러대요, 오래도록 남해에서 살고 싶다고. 저도 그래요. 혼자 열 내면서 제 풀에 꺾이고 그러고 싶진 않죠. 천천히 오래 가고 싶어요. 오래도록 제가 생각한대로 그대로 살아가고 싶죠. 거창하게 남해를 바꾸고 어쩌고 하지 않고 그저 제 일을 열심히 하는 거죠. 그런데 그거 하나는 꼭 실천하고 싶어요. 누군가가 아닌 제 가족, 일 저지르기 좋아하는 저를 믿고 늘 따라와 준 제 가족과 함께 행복하기. 혼자선 행복할 수 없으니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다보면 제 주변도 많이 행복해지지 않겠나 싶어요. 친구처럼 오래 가자, 그게 제 모토입니다"

 남해군과 사천시의 업무협약으로 얼마 전 조정면허를 땄다는 동일 씨, 그가 말하는 남해 사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주말이면 단우랑 아기 엄마랑 조개 잡으러 가는 재미가 쏠쏠해요. 개막이 체험도 해봤고 낙지도 잡아봤죠. 유포마을과 이어마을로 많이 갔는데 정말 안 해보면 모를 재미죠, 벌써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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