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여성회 곳곳 `소확행` 동지들에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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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여성회 곳곳 `소확행` 동지들에 바침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8.20 14:22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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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칼럼
정 보 름
남해여성회 사무차장
본지 칼럼니스트

남해여성회 사무실의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북적인다. 아침 일찍부터 삼삼오오 모여드는 아이돌보미 선생님들부터 `행복한 오지라퍼 프로젝트`를 비롯한 여러 하반기 강좌를 위해 월·화·수·목·금요일 문을 두드리는 신규 회원들, 코앞으로 닥쳐온 두 번째 `숙이나래 문화제`와 상반기 엉가(언니)마실 아카데미 수료 전시회 `엉가마실뎐`을 준비하는 성실한 발걸음들, 독립영화 공동체상영 `손뼉영화제`를 시행하기까지 거쳐 간 수많은 목소리들, 여러 행사마다 각자의 의지와 마음으로 참여하고 손과 발을 보태려는 남해여성회 회원들과 군내 `청소년 실천단`의 꾸준한 두드림까지…….

지난해부터 기획해 올해 수행해야 할 사업들이 특히나 병목현상을 보이는 때가 마침 요맘때인지라 뇌세포를 200퍼센트 쥐어짜도 챙겨야 할 업무가 꼬리를 물고 정신을 쏙 빼는 나날들이다.
남해여성회 사무실에서 1년 6개월여를 보내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지역 곳곳에 숨은 인재들과 그 주변을 튼실히 받쳐주는 초성(超性)적 동지들이 풍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군말 없이 달려와 필요한 부분을 손보고 돌아가는 묵묵한 남성 동지가 있고, 한 여성은 누가 요청하기도 전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한 걸음 앞서 다른 이를 부드럽게 이끌며 간다. 개인과 사회 안팎의 여러 현상들을 글로 써내는 한 여성에게는 가시버시 일상을 비롯한 주변 온갖 사상들을 오롯한 방향으로 솎아낼 깜냥의 평생 벗이 우뚝하고, 또 어느 여성은 바지런한 손으로 새로운 먹거리, 솜씨거리를 나누거나 다른 동지들과 모든 분야에서 협업하며 긴 하루를 꽉꽉 채워나간다. 손맵시 야무진 한 여성에게는 그 면면을 빼닮아 엄마의 새 동지들의 숨은 재주를 이끌어낼 만한 딸의 손길이 함께한다.
낭랑한 목소리로 다니는 곳곳마다 즐거움을 몰고 다니는 어느 여성은 스스로의 주변을 같이하고픈 공간으로 힘차게 물들인다. 늘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두 여성은 오늘의 잠깐 하소연에 내일 딱 맞는 대안을 제시하며 좁았던 길을 이내 넓혀 터준다. 조곤조곤한 배려와 이해심은 두말할 것도 없다. 탁 트인 바다와 여유를 눈앞에 두고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열심으로 사는 한 여성은 적재적소 최선의 정보를 툭하니 던져주고는 다음을 기약하며 가볍게 일어선다. 옆지기님 또한 같은 성정이다.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 탁월한 중재의 면모를 발휘하며 연말을 수놓는 여성 동지도 있으며 기꺼이 산타 옷을 입는 남성 동지들, 언제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어주는 여성도 있다. 종종 허한 마음이 조절되지 않을 때 달려갈 아지트 같은 여성 동지, 먼 데서 달려오는 동지들도 늘 한 팔 마땅히 내어준다.
어떤 일에든 진심으로 조언하며 함께 뛰는 동지들이 읍면동리 어디에나 있으니 작은 의문들이 생길 때 언제든 찾아갈 열린 문과 가슴들 또한 수두룩 빽빽하다. 용기 내 손을 내밀면 언제든 그 손 잡아줄 마음이 이미 다가와 있고, 차분히 귀 기울이면 여간해선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순식간에 풀어지기도 한다. 혼자 끙끙 헤매던 1년여 전의 시간들이 수많은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차곡차곡 다르게 쌓이더니, 어느새 예까지 달려와 있음을 매일 진심으로 느낀다.
이야말로 타고난 성을 뛰어넘고 더 크게 품는 `여성주의`이자 `문화다양성`이 아닐까? 이런 저런 사람들이 제각기 모여 더불고 사는 삶은 그 자체만으로 타당한데, 하물며 내 맘 알고 제 맘 내어줄 이름들이 적지 않으니 그야말로 산 경험이자 생생한 `우리`다.
故 박숙이 할머니를 기리는 마음부터 소소한 재능들이 모인 전시회, 맛보고 기록하고 책 읽고 나누며 뜨개질하는 일주일, 수많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 룗랑겔한스섬의 오후룘)` 동지들이 크고 작은 행사들을 같이 치른다. 이 일을 계속하는 한, 또한 이 일이 언제 끝나든, 그 모든 이름들에 고맙다. 남해 안팎 누구든, `우리`와 함께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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